기사본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초연구만큼은 터줘야 한다"
입력 2016-08-31 15:12 수정 2016-08-31 16:18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크리스퍼 앞에 놓인 각종 규제와 특허·투자 문제 등의 난관을 극복할 묘수를 찾을 수 있을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둘러싼 핵심 이슈들이 공개적인 논의의 장에 올려졌다. 기대만큼 우려도 공존한 자리였다.
국회바이오경제포럼은 31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연구개발과 관련된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크리스퍼 특허 분쟁, 국내 생명윤리법과의 충돌, 자본투자 활성화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참석한 연구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꼽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규제완화와 정부차원의 지원을 주문했다. 하지만 생명윤리법 등 국내 제도나 환경은 연구나 투자활성화와 거리가 있으며 이 간극을 메우기도 쉽지 않음을 확인했다.
발제를 진행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통해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막대한 부가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방해하고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체내 유전자치료에 엄격한 기준을, 인간 배아와 태아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연구 자체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생명윤리법을 문제로 지적했다. 유전자 가위 활용한 가축 농장물에 대한 GMO(유전자변형생물) 규제 여부에 대해서도 정부가 명확히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기업인 미국의 에디타스 메디신(Editas Medicine), 인텔리아 테라퓨틱스(Intellia Therapeutics)가 나스닥 상장을 통해 수천억원의 연구자금을 확보한 반면 툴젠은 자본 마련을 위한 코스닥 상장이 두번이나 좌절됐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날 참석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들은 김 단장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미경 샤인바이오 사업전략이사는 "현재 미국에서는 크리스퍼 기술을 보유한 인텔리아와 에디타스 두 기업이 고작 비임상단계의 파이프라인을 가지고도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다"면서 "노바티스 바이엘 등 빅파마등도 이들 기업과 제휴 등을 통해 크리스퍼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명자 한국과총 차기회장(전 환경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크리스퍼 기초 연구조차도 안전성을 문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적어도 기초 연구만큼은 터줘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사장은 "코스닥 상장 심사위원으로 있는데 툴젠이 기술력이 있음에도 통과하지 못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면서 "예측가능하지 않은 제도 때문에 기업이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측은 신중한 입장이다.인위적인 유전자 변형이 촉발할 생명윤리에 대한 논란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황의수 생명윤리과장은 "현재 유전자치료제 연구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공감해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는 공용 IRB와 같은 장치를 만들었다"면서도 "배아에 대한 부분은 생명윤리 밀접해 장기적인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정해권 바이오나노과장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기술적 증거가 아직 충분히 쌓였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유전자가위의 효과에 대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만든 식물·동물은 국내 기준으로는 GMO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