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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정복 위한 국내 바이오텍의 '면역항암제' 처방
입력 2016-10-21 08:33 수정 2016-10-21 08:33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간암은 다른 암들과 달리 발병과 관련된 위험인자가 비교적 잘 알려진 질환이다. 만성 B형 또는 C형 간염, 간 경변증, 알코올성간질환, 지방성 간질환 등이 간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암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신약 개발은 속도가 더딘 편이다.
면역항암제가 새로운 간암 치료의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이용해 기존 항암제보다 훨씬 높은 효율로 암을 다스리는 신개념 치료제로 면역세포치료제와 면역관문억제제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바이오텍도 간암 치료를 위한 면역항암제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녹십자셀은 국내 최초로 허가받은 면역세포치료제인 '이뮨셀-LC'로 간암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이뮨셀-LC는 환자의 혈액을 2주간의 특수한 배양 과정을 통해 항암기능이 극대화된 강력한 면역세포로 강화시킨 후 재투여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한다. 구체적으로 T세포를 사이토카인 유도 살해세포, 세포독성 T세포로 배양해 항암효과를 낸다.
국내에서 230명의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무병생존기간(암이 재발하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이 약 1.5배 연장(30개월 vs. 44개월)되고 재발률은 37%, 사망률은 7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뮨셀-LC는 현재 3~4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제 넥사바와 병용치료에 대한 연구자주도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녹십자랩셀의 자연살해세포인 NK세포(Natural cell)을 활용한 면역세포치료제 ‘MG4101’를 개발하고 있다. NK세포는 외부에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오면 바로 인식하고 이들과 싸울 준비에 나서는 세포로 한번 공격을 받아 저장된 신호를 토대로 적과 싸우는 T세포와는 달리 훈련을 받지 않고도 잘못된 세포를 인식할 수 있다.
MG4101은 건강한 공여자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순수한 NK세포를 대량 증식 배양 후 동결 보관했다가 환자에게 언제든지 제공할 수 있는 치료제로 기존의 환자 자신의 혈액을 이용하는 것과 다른 타가 세포치료제이다. 현재 간암에 대한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코스닥 상장심사를 밟고 있는 바이오벤처 신라젠은 천연두 백신으로 쓰이는 '우두바이러스'를 활용해 간암 치료제 펙사벡(Pexa-Vec)'을 개발해 현재 글로벌 3상을 진행중이다. 펙사벡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체에 투입된 우두바이러스가 암세포를 감염시키도록 하고 이후 신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공격케 하는 원리다.
2013년 2월 완료된 임상 2a상에서 시한부 간암 환자 중 약 62%에서 항암효과를 확인하면서 주목받았다. 현재는 세계 21개국 140여개 병원에서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펙사벡 효능을 검증하는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JW크레아젠은 T세포 훈련을 담당하는 수지상세포를 기반으로 하는 간암 면역세포치료제 `크레아박스-HCC`를 개발하고 있다. 환자 몸속에 존재하는 미성숙 수지상세포를 꺼내 항원을 주입해 성숙화시킨 다음 이를 면역세포가 인식해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형태로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크레아박스-HCC는 현재 국내 5개 병원에서 156명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기관 임상2상을 완료하고 재발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임상3상 진행 중에 있다. 이경준 JW크레아젠 대표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수지상세포만 강화하더라도 충분히 암과 대항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5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우리나라에서는 22만 5343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는데 그 중 간암은 1만 6192명으로 7.2%를 차지했다. 또 2105년 사망원인통계에서 국내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는데 간암(1만 1300명)은 폐암에 이어 전체 사망원인 중 4.1%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