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본문
미생물과 천식에 대한 가설, 그리고 치료제 R&D 착수
입력 2017-02-06 16:35 수정 2017-02-06 16:35
박지은 객원기자
천식(Asthma)은 기관지에서 알레르기 염증 반응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호흡기 질환을 일컫는다. 기관지에 알레르기 염증 반응이 생기면 기도 벽이 부어오르게 되고, 이로 인해 기도가 좁아져 지속적인 기침을 하게 되거나, 숨소리가 쌕쌕거리는 등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천식은 그리스어로 ‘날카로운 호흡’이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는데, 천식으로 인한 기침과 감기로 인한 기침을 구분할 때 목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날카로운 호흡’이라는 유래가 참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에서만 2015년 기준으로 천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대략 160만 명이며 그 중 33%는 10세 미만의 소아환자다. 천식의 정확한 발병 기전이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만큼, 치료보다는 증상 완화 및 유지에 초점을 맞춘 처방밖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그에 따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천식의 발병 기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고 실제로 수많은 후보유전자(asthma candidate gene)가 확인되었지만, 안타깝게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이후에도 천식의 발병 기전은 완전히 규명되지 못했다. 다만 최근 천식은 하나의 단일 질환이 아니고, 유사한 특성은 보이지만 다양한 표현형(phenotype) 및 내재형(endotype)을 가지는 질환이라는 개념이 대두되었다.
이전에도 천식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어 왔지만, 최근 들어 미생물이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는 설이 제기되었다. 그동안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다양한 질병에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의 역할이 떠오르고 있는 만큼 천식과 같은 만성 호흡기·알레르기 질환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수행되고 있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과 천식…위생가설과 미생물군집 가설
현재는 미생물과 천식에 관한 가설이 크게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는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이고 나머지 하나는 ‘미생물군집 가설(microflora hypothesis)’이다. 위생가설은 유년기에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에서 자라 감염균이나 기생충에 노출되는 기회가 적었던 아이는 면역체계가 약해져 알레르기나 천식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이다. 간략히 한 연구만 살펴봐도 꽤나 신빙성 있는 가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의학협회지(JAMA)에 반려견과 천식 사이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본 연구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스웨덴에서 태어난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을 대상으로 분석했는데 그 결과 생애 첫해에 반려견이 있었던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천식에 걸릴 확률이 15% 낮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농장 효과(farming effect)’와 비슷한 결과를 얻은 연구결과인데, 농장효과는 도시에서 자란 아이와 농장에서 자란 아이의 천식 발병률을 비교해보면 농장에서 자란 아이의 천식 발병률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연구 초기 단계인 만큼 반려견이나 농장의 가축이 반드시 천식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해준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미생물군집 가설은 장내 미생물 군집에 불균형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미생물과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에 이상이 생겨 천식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한다는 가설이다. 미생물군집 가설은 위생 가설의 연장선상에 있는 가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근대화 이후 위생이 강조되며 유아 시기 다른 여타 미생물과의 접촉이 제한됨에 따라 장내 미생물 군집에 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쳐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폐와도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본 가설을 뒷받침하며, 실제로 유아시기 장내 미생물 군집이 후일 천식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여러 차례 발표되었다.
앞서 언급한 근거 외에도 다양한 연구 결과가 미생물이 천식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뒷받침 한다. 집 먼지에 노출될 경우 특정 균주의 증가를 일으키며 이로 인해 기도를 보호한다는 연구결과가 2014년도 PNAS 저널에 발표되었다. 또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면역을 조절하는 대사체를 통해 기도 점막의 반응을 조절한다는 보고도 있다. 장내 미생물 뿐 아니라 기도 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직접적으로 천식과 알레르기 반응 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도 증가하는 추세인데 천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세균의 총량이 많다는 보고가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천식 환자에서 공통적으로 Proteobacteria가 증가되어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아동기 천식은 출생 초기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볼 때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천식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힘이 실리고 있는지 알 수 있겠다.
◇유아기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관계를 파악해 병을 예방하려는 시도
Commense는 생애 초기 마이크로바이옴 형성이 천식, 알레르기, 당뇨병 등의 발병에 영향이 미친다는 다양한 연구결과에 주목해 유아기와 아동기 마이크로바이옴 형성을 도와 위와 같은 질병의 발병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에 착수하였다. 항생제 투여, 출생 방법(자연분만, 제왕절개 등), 식이요법 등이 유아기 마이크로바이옴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 형성의 어떠한 변화가 질병과 관계가 있는지 규명한 후 그러한 변화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 질병을 예방하려는 것이다. Commense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PureTech과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는 여러 연구진들이 함께 공동 설립한 회사이며, 유년기 마이크로바이옴 형성에 관한 연구는 현재 전임상 단계이다.
학계에서는 미생물과 천식에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가 수행 중이고 업계 내에서도 기초 연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생물과 인체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연관성을 뒷받침 해주는 다양한 연구가 발표되고 있는 정도인 것이다. 국내의 경우 질병관리본부가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 관리 및 치료에 적용 가능한 마이크로바이옴 상호작용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5년 ‘마이크로바이옴과 만성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 간의 상호작용 연구를 위한 로드맵 개발’과제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필요성 및 추진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 비만, 염증성 장 질환 등의 발병 기전에 관한 기초 연구를 토대로 치료제(Therapeutic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천식도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