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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독성학 모임 'TRT', "지식흐르는 韓비임상 산업"

입력 2026-09-01 10:51 수정 2026-09-01 11:01

손우찬 서울아산병원 교수

2023년 10월 시작된 Peer-led learning, 국내 독성실무자 단체 채팅방 'Tox Round Table(TRT)'..방장 매주 바뀌고, 실패 말할 수 있는 방, 워크숍 참가비는 1만원..월별 주제목록이 만들어가는 '韓비임상 개발 지형도'..가장 컸던 '보안에 대한 우려'는 기우..앞으로의 바람은, 업무능력 어떻게 키우나?

[기고]독성학 모임 'TRT', "지식흐르는 韓비임상 산업"

급작스러운 질문

“28일 반복투여시험 중간에 중용량군 ALT가 동시대조군 평균의 3배로, 배경자료 범위를 벗어나 올랐습니다. 조직병리는 아직 안 나왔고 다음 주에 IND 관련 미팅입니다. 용량을 낮춰야 할까요, 그대로 갈까요.”

이런 질문이 예고 없이 올라와도 대개 바로 답이 서너 개 달린다. CRO에서 20년 일한 병리학자, 다국적 제약사에서 같은 상황을 겪어 본 독성전문가, 심사하는 쪽의 시각을 아는 규제기관 연구자가 각자의 근거로 답한다. 서로 의견이 약간 갈리기도 한다. 질문자는 다음 날 아침 회의에서 그 논의를 참고 삼아 의견을 낸다.

이런 장면은 이젠 낯설지 않다. 국내 비임상 현장을 중심으로 모인 독성 실무자 234명의 단체 채팅방, Tox Round Table(TRT) 이야기다. 이번 달 제2호 활동백서를 내면서 정리한 숫자들과 그 숫자가 말해 준 것들을 공유하려 한다.

경험이 흐르지 않는 산업

비임상 개발은 유난히 경험 의존적인 영역이다. ICH 가이드라인은 원칙을 제시할 뿐이고, 실제 판단은 대개 문서 바깥에서 이루어진다. 반복투여 독성시험의 간효소 상승이 적응반응(adaptive response)인가, 유해영향(adverse effect)인가. 설치류에만 나타난 종 특이적 병변을 인체 위해성 평가에서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항약물항체(ADA) 발현으로 전신노출이 급감한 시점 이후의 독성동태 데이터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교과서에도 가이드라인에도 답이 없고, 결국 누군가의 머릿속에 쌓인 사례가 답을 만든다.

문제는 그 사례가 축적되지도, 교류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신약개발 회사는 대체로 규모가 작아 독성 전문가를 상시 확보하기 어렵다. 한두 명의 담당자가 IND 패키지 전체를 떠안고, 판단의 근거를 물어볼 상대가 사내에 없는 상황이 드물지 않다. 그 결과는 과잉 시험이거나 부족한 시험이고, 어느 쪽이든 되돌리는 데 6개월과 수억 원이 든다. 개별 회사의 사고처럼 보이지만 합산하면 산업 전체의 자원 낭비다.

독성학자는 신약개발의 브레이크가 아니라 내비게이션이어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 내비게이션이 대부분 혼자 앉아 있다.

답을 나눠주는 구조로는 안 된다

나는 지난 수십 년을 국내 독성 담당자들과 같은 호흡으로 일해 왔다. 회사의 자문에 응하고, 시험 보고서를 peer review하고, 규제기관 질의에 함께 답을 만들고, 강의장에서 만나고, 늦은 시각에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그러면서 같은 장면을 지겨울 만큼 반복해서 목격했다. 어느 회사에서 3년 전에 이미 겪고 해결한 문제를, 다른 회사의 담당자가 아무런 예비지식 없이 처음부터 다시 겪는다. 그 담당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앞 사람의 경험이 그에게 닿을 통로가 아예 없었을 뿐이다.

강의로도, 자문으로도 이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강의는 일방향이고 자문은 일회성이며, 무엇보다 둘 다 전문가 한 사람의 시간이라는 상한에 걸린다. 내가 아무리 많은 곳에 불려 다녀도 국내 비임상 현장 전체의 학습 속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전문가가 답을 나눠주는 구조로는 안 된다는 것, 담당자들끼리 서로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 이것이 오래된 고민의 결론이었다.

2023년 10월 18일, 이런 문제의식에서 채팅방 하나를 열었다. 학회도 협회도 아니고, 회칙도 회비도 없다. 전문가가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실무자들이 서로에게 배우는 자리(peer-led learning)로 설계한 것이 유일한 원칙이었다.

규칙은 하나 — 매주 방장이 바뀐다

TRT의 운영 규칙은 사실상 하나뿐이다. 회원 성명 가나다순으로 주간 방장(발제자) 순번이 돌고, 담당 주간의 방장은 자신의 실무영역에서 하루 한 편씩 주제를 발제한다. 관련 문헌과 가이드라인, 경험적 지식을 함께 올리는 것이 관행으로 굳었다. 나머지 회원은 여기에 각자의 경험과 근거를 더해 토론을 이어간다.

우스워 보이는 장치지만 나는 이것이 커뮤니티의 성패를 갈랐다고 본다. 대부분의 온라인 전문가 모임은 초기의 열기 이후 몇 명의 헤비 유저에게 의존하다가 조용히 소멸한다. 방장 순환은 3가지를 동시에 해결한다. 첫째, 논의 주제가 특정 개인의 관심사에 고착되지 않는다. 둘째, 줄곧 읽기만 하던 회원이 필연적으로 발제자가 되고, 발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기 질문이 생긴다. 셋째, “누군가 답하겠지”라는 무임승차를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자발적 모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지속인데, 지속을 개인의 열의가 아니라 순번이라는 장치에 맡긴 셈이다.

지난 14개월 동안 55명의 회원이 방장을 수행했다. 제약사, CRO, 규제기관, 공공연구기관, 대학, 해외 기관 소속이 고르게 섞였고, 그만큼 논의의 관점이 다변화됐다. 다음 목표는 회원 전원이 최소 1회 이상 방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78.2%에서 35.4%로

제2호 백서를 준비하면서 가장 놀란 숫자가 있다.

제1호 백서(2025년 7월) 집계에서 상위 5인이 전체 질문의 78.2%를 차지했다. 출발기에는 불가피한 숫자다. 그러나 건강한 숫자는 아니었다. 다섯 명이 빠지면 방이 멈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5년 7월부터 2026년 8월까지의 집계에서 이 비율은 35.4%로 떨어졌다. 답변 쪽에서도 110명이 실제로 참여했고, 상위 5인을 제외한 회원의 기여가 59.2%였다. 질문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저변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

소수가 가르치는 방에서 다수가 함께 묻는 방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 하나가 지난 1년의 성과 전부라고 해도 좋다.

규모도 함께 늘었다. 같은 기간 게시된 논의 글은 1509건, 그중 독성학 및 규제과학 주제와 직접 연관된 학술적 게시글이 1173건(77.7%)이었다. 제1호의 75.9%와 거의 같으니 확장과정에서 밀도가 희석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2주 단위 추이도 특정 시기에 몰렸다가 식는 초기 양상에서 벗어나 연중 고르게 이어지는 패턴을 보였다.

회원은 201명에서 234명으로 33명(16.4%) 늘었다. 회사 소속이 178명으로 절대 다수이고 정부 및 공공기관 26명, 병원 연구실 11명, 대학 10명에 해외 소속이 더해진다. 지난 1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가독성과학연구소, 해외 CRO와 글로벌 제약사 소속 회원이 새로 합류했다. 규제하는 쪽과 규제받는 쪽이 같은 방에서 같은 문헌을 놓고 해석을 주고받는 자리는 국내에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이 TRT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본다. IND 심사에서 반복되는 소모적 논쟁의 상당수는 서로가 무엇을 왜 요구하는지 모르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월별 주제 목록이 그리는 지형도

백서의 월별 핵심 주제표를 훑어보면 국내 비임상 개발의 관심사가 어디로 이동하는지가 그대로 보인다.

2025년 하반기에는 신규 모달리티 관련 주제가 특히 눈에 띈다. 보툴리눔 역가시험의 동물대체시험법(BINACLE/CBPA), 이중항체의 CRS/ICANS 기전과 MABEL 기반 FIH 용량설정, CRBN 기반 PROTAC/molecular glue의 종간 반응성 차이와 humanized CRBN KI 마우스 활용, ADC의 3-analyte 생체분석, 그리고 FDA 영장류시험 축소 가이던스가 이어졌다.

2026년으로 넘어오면 규제과학과 모델링, 인공지능이 전면에 나온다. MIDD/PBPK/QSP 모델링과 ICH M15, FDA의 NAMs 가이드라인 초안, ICH M12 기반 transporter 매개 DDI, 올리고핵산 치료제의 off-target, hERG/hiPSC-CM 심장독성과 ADE/PDE/OEL 산출, 디지털병리 WSI 약지도학습과 agentic AI, 과거대조자료(HCD)와 이를 활용한 virtual control group의 가능성과 한계 — 그리고 “체중감소 10%와 MTD의 오해”.

한 번도 커리큘럼을 미리 짜본 적이 없다. 방장들이 자기 실무에서 그 시점에 부딪히는 문제를 그대로 올린 결과이니, 이 표 자체가 국내 비임상 개발 현장의 실시간 지형도인 셈이다.

가장 컸던 우려에 대하여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들은 걱정은 보안이었다. 회사 개발물질의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겠는가, 어렵게 쌓은 사내 노하우가 경쟁사로 흘러가지 않겠는가. 실제로 그 우려 때문에 참여를 망설이거나 회사 승인을 받지 못한 분들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초기에는 이 대목이 가장 불안했다. 우려 자체가 터무니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3년 동안 그 우려는 한 번도 현실이 되지 않았다.

만 3년을 앞둔 지금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유는 질문이 형성되는 층위에 있다. 실무자들이 실제로 던지는 질문은 물질(molecule) 층위가 아니라 방법론과 해석 층위에서 만들어진다. “이러이러한 구조의 화합물이 Ames 양성인데”가 아니라 “Ames 양성 후보물질의 in vivo 후속시험을 소핵·comet에서 멈출 것인가, TGR이나 Pig-a까지 갈 것인가”로 자연스럽게 추상화된다. ALT 상승의 유해성 판정, 갑상선 여포세포 비대/과형성(FCHH)의 adversity, 사람 첫 투여(FIH) 안전역 산정 방식 — 이런 질문은 타깃도, 구조도, 적응증도 드러내지 않은 채 완전하게 성립한다. 오히려 질문자가 스스로 익명화하고 추상화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이 선명해지는 부수 효과까지 있었다. 물질과 회사가 지워진 자리에 남는 것은 판단의 구조뿐인데, 다음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정확히 그 구조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이 방에서 오가는 것은 회사의 경쟁 우위가 아니다. 가이드라인의 해석, 규제 선례, 시험 설계의 상식 — 산업 전체가 공유해야 마땅한 공공재에 가깝다. 어느 회사도 “NOAEL을 어떻게 판정하는가”를 영업비밀로 삼아 이익을 얻지 않는다. 오히려 그 판정 기준이 회사마다 제각각이라 심사 단계에서 같은 논쟁이 반복되고, 그 비용은 결국 산업 전체가 나눠 낸다. 지난 3년 가까이 관찰한 바로는 지식 공유의 편익이 가상의 유출 위험을 압도적으로 상회했다.

실패를 말할 수 있는 방

여기서 소신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우리 산업이 잃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은 성공 사례가 아니라 실패 사례다.

학회 연자로 서면 누구나 성공한 프로그램을 발표한다. 그러나 정작 다음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는 “왜 그 시험이 실패했는가”, “왜 그 종 선택이 잘못이었는가”, “왜 그 안전역 논리가 심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가”다. 이런 이야기는 발표장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 회사 이름과 물질이 붙는 순간 아무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익명화된 채팅방은 이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다. TRT에서 오간 논의 중 내가 가장 값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화려한 최신 지견이 아니라 “저희도 그거 하다가 크게 데였습니다”로 시작하는 답변들이었다. 오래 굳어진 관행을 정면으로 다시 묻는 일은 대개 데어 본 사람이 시작한다.

참가비 1만원의 산술

온라인만으로는 부족해서 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한다. 지난 1년 사이 봄·여름·가을 워크숍과 겨울 영장류 심포지엄, 연 4회 체계로 정례화됐다. 기본 참가비는 1만원이다.

이 금액은 원가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문턱 설계의 결과다. 내역은 이렇다. 7000원은 핸드아웃 인쇄비, 3000원은 커피와 다과다.

굳이 종이에 인쇄하는 이유를 자주 질문받는다. PDF 링크로 대체하면 0원인데 왜 그러느냐는 것이다. 답은 단순하다. 화면에서 스크롤되어 지나간 자료는 다시 열리지 않는다. 종이로 쥐여 준 자료는 책상 옆에 남고, 몇 달 뒤 실제로 프로토콜을 쓸 때 다시 펼쳐진다. 교육의 효과가 강의장을 나선 뒤에도 지속되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종이에 인쇄된 자료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회원이 발표하는 경우에는 발표자들이 모인 리허설 자리를 통해서 자료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나머지 3000원어치 커피 브레이크 역시 부수적인 것이 아니다. 세션 사이 20분이 실질적으로는 가장 밀도 높은 네트워킹 시간이었다.

무료로 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무료 행사는 예외없이 노쇼(no-show)가 발생하고, 준비한 자리와 자료가 비는 만큼 참석한 사람들의 경험이 나빠진다. 1만원은 참가 의사의 최소 신호인 동시에, “회사 지원없이 내 지갑에서 낼 수 있는 금액”이라는 상한이기도 하다. 결재를 올려야 하는 순간 참여의 문턱은 몇 배로 높아진다.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2025년 가을 워크숍(독성시험 통계 실무, OECD TG 425 up-and-down procedure와 LD50 산출)은 신청 초과로 마감됐고, 2026년 봄 DMPK 워크숍은 좌석이 모자랄 만큼 성황이었다. 정원을 넘긴 신청을 감당하려 행사장을 계속 넓혀 온 것이 지난 1년의 실무적 고민이었다. 물론 예외도 있다. 2026년 여름 NAMs 워크숍은 바이오의약공방과 공동 주최하면서 참가비 없이 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를 밀어 올린다

오프라인은 온라인의 부속물이 아니라 순환의 다른 축이다. 채팅방에 축적된 논의가 오프라인 발표 주제가 되고, 오프라인에서 만들어진 관계가 다시 온라인 발제로 돌아온다.

2025년 12월 제2회 영장류 심포지엄에는 국내외 연자 4인이 섰다. 안과 기초(키프라임리서치)와 임상병리 기초(오리엔트제니아)를 국내 연자가 맡고, 영장류 일반독성은 중국 WuXi, 마모셋은 프랑스 ERBC가 다뤘다. 같은 달 바이오의약공방과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민간 주도의 peer-led learning이라는 공통 지향이 협약의 근거였다. 2026년 9월 가을 워크숍은 독성시험 모니터링을 주제로 경력 10년 이상 실무자들이 시험기관 선정/감사부터 용량 변경, 인도적 종료 결정, 시험 모니터링까지 발표할 예정이고, 12월에는 제3회 영장류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 3월에는 ‘번개’라는 이름으로 첫 오프라인 정기 모임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DABT(American Board of Toxicology 인증독성전문가) 작업반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고, 지금은 회원의 자격 취득을 서로 돕는 소분과 활동으로 발전했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가장 반가웠다.

TRT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는 커뮤니티의 규모가 아니라 회원 각자의 바른 career development다.

모임은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그 방에서 자격을 얻고 판단력을 키운 사람은 남는다. 남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독성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의 절반은 TRT를 알리기 위해서지만, 나머지 절반은 다른 분야에도 같은 모델이 퍼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경험이 개인에게 갇혀 있고, 조직이 작아 사내에 물어볼 사람이 없고, 실패는 공유되지 않은 채 반복된다 — 이 구조는 독성학만의 것이 아니다. CMC와 제제 개발, 인허가(RA), 임상 개발과 프로토콜 설계, 품질보증(QA), 약물감시(PV), 의료기기 인증, 바이오통계 어느 쪽이든 사정은 비슷하거나 더 나쁠 것이다.

3년 가까운 시행착오 끝에 정리한 성립 조건은 3가지다. 첫째, 신뢰받는 앵커 한 명이 필요하다. 초기의 공백을 견디고 올라오는 질문에 반드시 반응해 줄 사람이다. 둘째, 발언을 강제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가나다순 방장 순번을 썼지만 다른 형태여도 좋다. 관건은 참여를 선의가 아니라 구조에 맡기는 것이다. 앞서 본 질문 분산이 그 결과다. 회원이 늘어난 효과도 있었겠지만, 읽기만 하던 회원이 발제를 맡은 뒤 스스로 묻기 시작하는 장면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셋째, 질문의 층위를 규범으로 정해야 한다. 물질이 아니라 방법론을 묻는다는 원칙이 서면 보안 문제는 저절로 해소되고, 논의의 재사용 가치는 오히려 올라간다.

이 3가지만 있으면 어느 분야든 복제 가능하다고 본다. 이 글이 일종의 오픈소스 매뉴얼로 읽히기를 바란다.

분야를 넘는 연결도 필요하다. 독성 담당자가 CMC의 불순물 스펙 논리를 이해하고 RA 담당자가 안전역 산정의 근거를 이해할 때 IND 패키지의 완성도는 달라진다. 각 분야에 비슷한 방이 하나씩 생기고 그 방들이 서로 문을 열어 둔다면 우리 산업의 학습속도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될 것이다. 바이오의약공방과의 협약은 아직 같은 분야 안에서의 실험이지만, 다른 분야로 문을 여는 첫걸음으로 삼고 싶다.

앞으로

제2호 백서에 5가지 방향을 적었다. 방장제의 심화와 발제 자료의 검색 가능한 아카이빙, FDA NAMs 로드맵과 ICH M15 등 규제 의제의 실시간 추적, 독성학 인공지능의 실용적 적용, DABT 작업반을 비롯한 경력개발 지원, 그리고 특정 기관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 아카이브 체계의 구축이다.

이 중 하나만 부연하고 싶다. 인공지능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병리학자가 곧 대체되리라는 전망이 따라붙는다. 나는 반대로 본다. AI가 조직 슬라이드를 읽고 agentic AI가 보고서 초안을 쓰는 시대일수록, 그 결과가 유해영향인지 적응반응인지 판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의 무게는 오히려 커진다. NAMs와 동물시험도 상호 배척이 아니라 상호보완의 관계로 봐야 한다. human-in-the-loop과 GLP 환경에서의 검증을 전제로 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판단력은 혼자서는 자라지 않는다.

바라는 것은 소박하다. 어느 회사의 신입 독성 담당자가 첫 GLP 시험 프로토콜을 앞에 두고 막막할 때, 물어볼 곳이 있었으면 한다. 그 질문 하나가 불필요한 시험 한 건을 줄이고, 앞서 말한 반년을 다시 쓰는 일을 막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시, 업무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맨 앞의 ALT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그날 달린 답들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조직병리 없이 용량을 내리면 용량–반응 관계를 잃는다는 지적이 있었고, 동시대조군과 배경자료 범위부터 다시 확인하라는 조언이 있었고, 회복성을 보려면 채혈 시점 설계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실무 조언이 있었다. 질문자가 그날 얻은 것은 정답 하나가 아니라 판단의 예 몇 개였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그는 이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제목에 걸어 둔 질문에 대한 내 답도 여기서 나온다. 첫째, 1년에 한 번은 발제자의 자리에 서라.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아는 것이고, 발제를 준비하는 그 1주일이 어떤 강의보다 남는다. 둘째, 성공한 프로젝트 말고 실패한 판단을 하나 익명으로 꺼내 놓아라.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이자 받은 것을 가장 크게 갚는 방법이다. 셋째, DABT처럼 회사 밖에서 통용되는 기준을 목표로 잡아라. 사내 평가는 회사를 옮기면 사라지지만 자격과 판단력은 남는다.

3가지 모두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이 요점이다. 독성학의 업무능력은 강의실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묻고, 답하고, 반박당하고, 그 과정을 매주 반복하는 자리에서 자란다. 비임상 개발의 경험은 개인의 머릿속에 갇혀 있을 때보다 흐를 때 훨씬 크게 자란다. 지난 3년이 가르쳐 준 것은 결국 그 한 문장이다.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려본다.

[기고]독성학 모임 'TRT', "지식흐르는 韓비임상 산업"

▲월별 핵심주제(2025.07~2026.08), 출처=2026 Tox Round Table 활동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