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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펙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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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Basic, again!

입력 2017-06-22 10:42 수정 2017-06-23 10:33

김은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생명기초사업실장

[바이오스펙테이터 창간1주년 기고⑦] 김은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생명기초사업실장

과학기술계를 둘러싼 크고 작은 환경변화는 늘 있어왔다. 작년 6월 한 기초의과학자의 생물학연구정보포털(BRIC)에 올린 의견에서 촉발한 ‘창의력에 기반한 연구자 중심의 기초연구 지원 확대’ 라는 이슈는 이후 수많은 연구현장의 지지에 힘입어 국회 청원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이의 파급력은 실로 대단했다.

지난 정부를 통틀어 봤을 때 기초연구 중요성에 따른 투자확대는 단골 공약이었고 구체적인 투자목표까지 제시하였지만 연구현장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최근 추격형 성장전략의 한계에 달했음을 인정하고 선도형 성장전략으로 창의적, 혁신적 연구개발로의 체질개선을 부르짖었으나 그동안의 정부 연구비 지원시스템의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 있음이 그 이유인 듯하다. 정해진 정부 연구개발 총예산으로 사회적 이슈나 산업적 필요에 의해 정부 주도로 기획한 대형 국책사업 예산외에 ‘연구자 중심의 기초연구 지원’ 예산까지 확대하기에는 너무나 빠듯했기 때문이다.

추격형 연구개발을 위해 유효했던 정부주도의 대형사업 기획, 일부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된 정부주도의 기획과정, 정해진 연구주제와 방향만을 연구하게 됨으로써 창의성, 다양성이 떨어지게 되는 현재 정부 연구비 지원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볼 때가 됐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들이 연구자 중심의 상향식 기초연구사업 예산을 직접적으로 확대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고(1.1조원(’16)->1.26조원(’17)->1.5조원(’18)), 문재인 정부에서도 ‘연구자 주도의 자유공모 연구지원 예산‘은 지속적으로 확대, 관리할 전망이다.

바이오 분야로 화제를 돌려보자. 바이오는 지난 20여년간 정부가 꾸준히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하고 확대해온 분야이다. 2~3년 사이에 타 기술분야(ICT 등)와 비교해서 최상위 투자비중의 자리를 꿰찼고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높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의 꾸준한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지원으로 과학기술적 역량은 높아지고, 인력, 시설·장비 등 인프라 측면에서도 수준급이며 이를 통해 신약개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신약개발 등 바이오 분야에서 정부 연구개발 지원의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초창기에는 주로 기초원천연구, 인력양성·시설장비 인프라 지원 그리고 지나면서 대형 국책사업, 범부처(다부처)사업, 전주기지원사업 등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과와 함께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과정속에서 주목해야할 또하나의 큰 변화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생태계의 변화이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 대한 민간의 연구개발, 산업, 투자, 시장과 국민적 호감·지지도 등의 변화이다. 이러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연구개발 투자 확대 기조와 더불어 바이오 분야의 정부 연구비 지원시스템을 개선할 때 민간의 노력과 시너지가 되어 바이오 산업이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

바이오 분야의 정부 연구비 지원 시스템의 개선의 기본은 바이오 분야가 타 기술분야와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바이오 분야는 기초원천연구가 직접적으로 곧바로 경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초원천연구에 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 단기적 성과창출을 위해 무리한 응용·개발단계 연구의 확대는 오히려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던 과거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한다.

오토택신저해 신약후보물질(LCB17-0877), 알츠하이머 치매치료 후보물질(GABA) 같은 신약개발의 초기단계의 물질 2건이 기술이전된 최근 사례에서 보자. 전임상도 거치지 않은 신약개발 초기단계의 후보물질도 잠재력만으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이러한 경제적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환경이 생긴 것이다.

초기단계의 물질이나 기술을 도입하여 임상개발 등 사업화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주체들이 생기고 있다. 공공에서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브리지프로그램,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보건산업진흥원의 기술이전, 창업 지원 프로그램들이 있다.

민간으로 가면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개방형 혁신과 NRDO 전략을 표방하여 속속 등장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들이 있다. 레고켐바이오의 오토택신저해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한 브릿지바이오가 NRDO 바이오벤처의 대표주자이다. 잠재적 가치를 지닌 기초원천 단계의 기술이 시장에서 선택되어 충분한 자본력과 정보를 통해 성공적으로 개발, 사업화 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생태계 속에서 자발적인 산·학·연·병 개방형 협력이 보다 활발해진다면 우리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같은 성공신화는 자동으로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R&D 혁신방안’이나 ‘바이오 분야 정부R&D 투자효율화’의 단골소재인 정부, 민간 R&D 역할분담에서도 정부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보다 명확하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 정부는 연구자 주도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초원천연구 지원하여 개발, 사업화될 수 있는 씨드(seeds)를 많이 만들어주는 역할에 충실해야한다. 정부가 20여년전 바이오 분야에 지원을 시작하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서 말이다. 이에 정부는 신약파이프라인 발굴, 확보사업을 계획 중이다. 혁신신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치 있는 물질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신약개발 초기단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장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좀 더 희망한다면 단기적인 수요에 의한 파이프라인 지원 보다는 중장기적 잠재적인 수요까지를 지원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발굴, 지원사업이 되기를 바란다.

정부 지원시스템 개선에 한가지 더 덧붙인다면 경쟁형 R&D로의 전환이다. 유사중복 R&D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던 기존 지원방식과 달리 의도적인 중복지원을 통해 경쟁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보다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미충족의료수요가 산재해있는 바이오 분야야 말로 대표적인 첨단·미개척 분야, 고위험 분야로 경쟁형 R&D 지원으로의 전환·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그동안의 유사중복 R&D 지원 이라는 이슈에서도 좀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기술적, 경제·사회적, 정치적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논의가 넘치는 요즘이다. 그 중에서 개방, 투명, 공유가치가 강조되고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지배구조가 전개되는 변화의 관점에서 보자. 정부 연구비 지원시스템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들에 의해 맞았던 최근 과학기술계의 변화는 기존의 정부주도에서 앞으로 민·관의 역할분담 및 협력을 통해 국가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변화의 신호탄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