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본문
내년 정부 바이오 R&D 투자예산의 방향성
입력 2017-09-06 10:55 수정 2017-10-12 10:19
김은정 KISTEP 생명기초사업센터장
2018년 한해 나라 살림살이를 말해주는 정부 예산이 최종 확정을 위해 국회로 넘겨졌다. 국회에서 전반적인 검토가 있겠지만, 내년 예산에 대한 큰 그림은 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살림살이라는 점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하지만 이번 예산을 통해서 지속적인 고민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R&D 분야의 이슈에 대해 함께 논의해 보고자 한다.
정부 예산 확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전년대비 증가율이 7.1%로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10.7%)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 증가분은 대부분 복지예산에서 기인한 것으로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과 치매국가책임제 도입 등 후보시절 공약과 국정과제 등으로 볼 때 예상됐던 결과다. 앞으로도 복지예산의 지속적인 확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성장에 대한 투자인 R&D 분야는 전년대비 0.9% 예산 증가에 그쳤다. 신성장동력 발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저성장시대의 극복과 사회문제 해결,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 등 시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정부 투자 분야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기대만큼 예산의 증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 R&D 예산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를 거쳐 급격한 증가를 보이며 2017년도에 19조원에 이르렀다. 정부 R&D 예산 증가는 민간 부문의 R&D 투자확대와 맞물려 현재에는 국가의 총 연구개발 투자가 65조원에 이르며, GDP 대비 세계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 R&D 예산에 대한 예전과 같은 급격한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한정된 정부 R&D예산에 대한 배분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는 ‘정부R&D 투자효율화’ 라는 이슈로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실제로 논의의 결과를 최근에 정부R&D 예산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큰 방향성은 불필요한 R&D 분야에서의 정부의 지출을 줄이고 꼭 필요하거나 새롭게 투자해야하는 부분에서 정부 예산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부처간 사업간 유사중복 투자를 막고, 투자규모가 큰 R&D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사전 검토하고, 민간 성숙도를 고려하여 정부R&D 역할을 조정하는 등의 논의가 대표적인 것이다. 최근에는 환경변화에 대한 반영 없이 과거로부터 관행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장기계속사업에 대한 일몰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정부R&D 예산의 효율적, 효과적인 배분 논의가 정점에 이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R&D 예산은 주요 선진국과 경제사회목적별로 비교했을 때 미국, 영국이 보건환경을 위한 투자비중이 가장 높고 독일, 일본이 일반대학 진흥금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은 것과 비교하여 상당히 높은 비중으로(50.7%) 경제발전을 위해 투자되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한 OECD 평균 R&D 투자비중 21%와 이스라엘 38%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치이다.
바이오 분야 정부 R&D 투자를 보면 2016년도 기준으로 공공(54.2%)과 산업(45.8%)분야에 유사한 비중으로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부R&D 예산배분조정의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해 발표되는 ‘정부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에서 보면 신성장동력 창출을 통한 경제성장과 보건안전망 구축이나 건강수명·삶의질 향상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바이오 분야 투자 방향성이 분명히 나타난다.
2018년 정부 바이오 R&D 예산은 공공성에 무게를 더 두는 방향이 감지된다. 치매국가책임제를 R&D 측면에서 지원하기 위한 예산투입이 가장 주목되며 취약계층의 일상생활 지원, 국민건강관리, 희귀·난치 질환 극복, 공공백신 등을 위한 지원이 눈에 띈다. 정부R&D 투자의 목적을 경제성에서 공공성으로 옮겨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바이오 분야에도 동일한 흐름이 존재한다. 이는 최근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R&D투자는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고위험 분야, 장기·대규모 투자나 민간의 투자를 유인하는 매칭투자, 우선손실을 보장하는 공동펀드 조성과 같은 마중물의 역할로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와 부합한다.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생태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의 대거 유입 및 선순환이 필요한 단계이므로, 정부의 투자가 자칫 시장을 왜곡시키거나 좀비기업을 양산하여 바이오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본 센터에서 수집·분석한 바이오 분야 정부 각 부처의 R&D 현황자료를 보면 기초·원천 연구 예산 확대 외에는 공공성을 목적으로 한 예산 투입이나 프로그램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향후 바이오 분야 정부 R&D 직접지원에 있어서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한 예방중심의 건강관리, 저출산·고령화, 신종감염병 대응, 희귀·난치질환 대상 신약개발 등 공공성을 지향하는 투자계획이나 프로그램의 신규 기획·추진이 드라이브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