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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없는 '건성 황반변성' 정복나선 국내외 도전자들
입력 2017-09-12 10:41 수정 2017-09-14 10:56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노인성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MD)은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시세포의 대부분이 모여 있는 눈 안쪽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인 황반에 여러 원인의 변성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노인 실명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며 지난해 국내에서 14만 5000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반변성은 정확한 발병 원인을 알려지지 않았지만 위험요인으로는 연령, 비만, 흡연 여부, 고혈압, 인종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 등에 의해 노출되는 청색광(blue light)도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황반변성은 크게 습성(삼출성)과 건성(비삼출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2년 내에 실명이 진행되고 예후가 나쁜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이미 루센티스, 아일리아 등의 치료제가 개발된 상황이지만 대부분 증상없이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건성 황반변성은 항산화제, 비타민 등을 섭취하면서 증상과 진행을 늦추는 대증요법만 적용돼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건성 AMD, 3단계로 진행..증상 없어 초기 발견 어려워
우선, 눈의 구조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 안구는 외막과 중막, 내막 이렇게 3중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외막 앞쪽은 각막, 뒤쪽은 공막으로 구성되며 홍채, 모양체, 맥락막이 중막을 구성한다. 내막은 투명한 신경조직으로 외부의 시각적 자극을 인지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망막이라 하며 그 중심부에 황반이 존재한다.
망막에는 추체와 간체라는 시세포가 있어 자극을 수용하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 또한 망막색소상피라는 세포층이 존재하는데 여러 개의 시세포 사이로 망막색소상피가 돌기를 뻗고 있는 형태를 이룬다.
우리 눈이 자극을 받으면 이를 받아들인 시세포에서는 전기적 변화가 발생하는데, 한번 전기적 변화가 일어난 시세포의 끝부분은 기능을 잃고 더 이상 못쓰게 된다. 이 시세포의 끝부분을 망막색소상피가 제거하는 것이다.
망막세포상피가 시세포의 손상된 끝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리포푸신(lipofuscin)이라고 하는 지방 갈색소다. 리포푸신은 막의 인지질, 막단백질, 시각회로 단백질, 지질-단백질 복합체 등으로 구성된 물질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외선, 활성산소 등에 의해 손상을 받게 되면 망막색소상피의 시세포 말단 식작용이 완전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세포 내에 리포푸신 찌꺼기가 쌓이게 된다. 이렇게 축적된 노폐물은 노란색의 결정체인 드루젠(Drusen)이 된다. 점점 쌓여 크기와 갯수가 증가한 드루젠으로 인해 망막색소상피가 점점 마르고 건조하게 되면서 황반이 얇아지고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건성 황반변성(Dry AMD)이라고 부른다. 증상으로는 직선이 굴절된 것처럼 보이는 시야 왜곡과 색의 밝기와 강도 감소, 시야에 흐릿함이 증가하고 중심 시야의 결손 발생 등이 있다.
건성 황반변성의 초기 단계에서는 간혹 중간 크기의 것이 발견되지만 대부분 몇 개의 작은 드루젠이 관찰된다. 시야 왜곡이나 손실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중기 단계의 경우에는 많은 드루젠이 중간 크기로 존재하고 한 개 이상의 큰 드루젠이 관찰되기도 한다. 여전히 뚜렷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가 많지만 몇 몇은 시야 중앙이 흐릿하게 보이는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광감각이 둔감해 지기 때문에 독서 등의 활동 시 더 많은 빛을 필요로 한다. 이 시기에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건성 황반변성의 말기에 이르면 망막색소상피의 지도모양 위축(Geographic atrophy)이 관찰되며 이로 인한 광범위한 조직 손상으로 중심 시야의 비가역적 결손이 발생한다. 따라서 말기 환자는 읽기, 얼굴 인식 등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제넨텍, 옵소텍, 올릭스, 건성 AMD 치료제 개발 도전
건성 황반변성는 많은 수의 환자를 보유한 큰 시장이지만 시판된 약이 전무하고, 증상 완화 및 진행을 늦추는 방법 만이 적용되고 있어 근본적인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소분자 화합물, 세포 치료제, 항체 및 압타머, 펩타이드 등 다양한 치료적 접근방법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이 눈에 띄지만 최근 번번히 고배를 마시고 있는 형편이다.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신약후보는 로슈/제넨텍(Roche/Genetech)의 람팔리주맙(Lampalizumab)이다. 이는 체내 선천적 면역체계인 보완체계의 C3 단백질 전환효소인 보완FD(complement factor D)를 타깃으로 한다. 보완체계는 면역반응의 일부로 여러 단백질들이 협력해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외부 물질을 제거하며 염증을 유발하고 세포나 조직의 잔재를 제거하는 시스템이다.
이 보완체계와 관련된 신호전달 시스템은 건성 황반변성을 일으키는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으며, 신호전달이 활성 또는 억제되는 것이 건성 황반변성의 병기 진행과 연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항원-항체 결합 반응을 통해 보완FD의 기능을 억제하는 단일클론항체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 람팔리주맙이다.
최근 로슈와 제넨텍 측은 20개국 275개의 지점에서 18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람팔리주맙의 임상3상 결과를 부분 발표했다. ‘Spectri’ 임상 3상에서 대조군과 람팔리주맙 투여 대상자의 지도모양 위축 병소 범위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첫 번째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 출시에 대한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였다. 하지만 로슈 측은 아직 진행 중인 두 번째 임상 3상 ‘Chroma’에 대한 평가 결과가 남아있으며 이를 오는 11월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옵소텍(Ophthotech) 역시 보완체계를 활성화하는 단백질인 C5(complement factor C5)를 억제하는 기전을 통해 건성 황반변성의 말기 증상인 지도모양 위축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옵소텍의 '자이무라(Zimura)'는 표적 리간드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올리고 핵산 분자의 압타머를 사용한 치료제로 지도모양 위축이 나타난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투여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2/3상을 진행하고 있다. 압타머는 안정적 삼차구조의 핵산 혹은 펩타이드 분자로 안정성이 높고 상온 보관 및 운반이 가능해 기존 단백질 원료의 항체 등이 가진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 밖에도 시세포 말단 제거과정에서의 기능부전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유전자 손상을 억제하는 기전의 소분자 화합물 등이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많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업체들이 손상된 황반을 재생시키기 위해 줄기세포 이식을 적용, 임상을 통해 그 효과를 검증하고 있는 단계이다.
국내에서는 RNA 간섭 핵산치료제 개발 기업인 올릭스(Olix pharmaceuticals)가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 신약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해 기존의 약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타깃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올릭스는 기존의 핵산 치료제가 가지는 혈액 내 안정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RNAi 유도 핵산 분자의 여러 구조적 연구를 진행한 끝에 자가전달 비대칭 RNAi 원천기술인 cp-asiRNA를 비롯, 효과가 향상된 lasiRNA, tiRNA 등의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올릭스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OLX301A는 건성 황반변성에 대한 발병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염증반응 신호체계를 타깃으로 하는 RNAi 치료제다. 회사 측은 건성 황반변성을 유도해 지도모양 위축이 일어난 동물모델에게 OLX301을 적용했을 때, 위축이 발생한 병소 부위가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광용 올릭스 임상개발 이사는 “기존 황반변성 치료제와는 다른 기전으로 질환의 진행을 차단하기 때문에 퍼스트-인-클래스 치료제 후보물질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2018년 상반기 영국과 미국에서 임상시험 IND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