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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의 투자노트]오늘도 신약개발 전략은 진화한다
입력 2017-09-13 14:55 수정 2017-09-13 14:55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신약개발 분야는 고부가가치 지식기반산업으로서 미래의 핵심 전략산업으로 꼽힌다. 제약기업은 똑똑한 하나의 신약으로 특허 출원 후 20년간 시장독점권을 가지면서 년간 수조원의 고수익을 창출한다. 그러나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판매 전 허가라는 엄격한 절차로 인해 10~15년이라는 개발기간과 그에 따르는 막대한 개발비용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신약 개발은 투자비용이 막대하지만 성공하면 투자비의 수십 배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사업으로 전 세계 의약업계에서는 높은 수익을 유지하면서도 개발기간 및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이와 같은 수익률 제고와 관련된 의약품 개발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신약 개발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신약개발 과정은 다음과 같이 5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 후보물질 탐색 Discovery and Development △2단계 비임상 Preclinical Research △3단계 임상 Clinical Research (Phase1, 2, 3 로 세분화) △4 단계 NDA New Drug Application △5단계 판매 및 판매후 임상 FDA Post-Market Safety Monitoring 등이다.
크게 보면, 기초 연구와 신약 발굴, 동물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평가하는 비임상 단계,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효능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시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위 표에 따르면, 내가 후보물질 탐색 단계 초기에 투자하여 임상 1상에 진입한 이후 투자금을 회수하였다면 약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상 질병 및 약의 종류에 따라 비임상 및 임상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은 달라지지만 신약 개발의 과정 중, 후보물질 탐색과 관련된 기초 연구에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고 임상 연구 단계가 비용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단계이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투자기간과 비용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사업가와 투자자가 가장 고민하는 사항이며 경영진의 능력에 따라 가장 많이 달라지는 사항이다.
기존의 신약 개발 전략은 새로운 질병 target 을 발굴하고 이를 활용한 후보물질 발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새로운 질병 target과 후보물질 탐색 기술을 기반으로 회사를 창업하고 후보물질을 찾은 이후 물질의 약효성을 높이는 최적화 단계를 거쳐 동물 실험을 시작하는 개발 단계를 거치는 것이 관례였으며, 이 전략에 따르면 위 그림처럼 10년 이상의 후보물질 발굴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최근 수익률 제고를 위한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전략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 진다고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대부분의 과정을 전문회사에 맡기는 방법이며, 두 번째는 open innovation을 통하여 신약개발 기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후보물질 탐색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첫번째 방법은 거의 대부분의 신약개발 회사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후보물질 합성, 독성실험, 동물실험, 임상시험 설계 및 수행 등을 전문회사에 맡김으로써 회사는 과도한 인력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신약개발의 핵심 경쟁력만 사내에 유지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개발 기간 및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전문 개발 회사를 CRO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라고 하며 국내외에 다양한 업무 영역을 보유한 CRO 회사들이 존재한다. 이 전략은 신약개발 회사가 충분한 개발 자금을 확보하여 유능한 CRO를 적기에 사용하였을 때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두번째 전략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은 Open Innovation 전략이다. 신약개발 전문가 들은 "앞으로 신약 개발 활동의 절반 이상은 회사간의 계약으로부터 나오게 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허가권을 얻거나 화합물 목록을 구입하는 것에서부터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인수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고 말하고 있다.
먼저 국내 기반 기술 확보와 관련하여 국내의 연구개발 투자를 살펴보면 2009년부터 2015년 까지 7년간의 정부의 신약 연구개발 투자는 약 1조 9,000억원에 달하며 연평균 2,753억원의 자금이 신약개발 연구자금으로 사용되었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대부분 임상 단계가 아닌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 투자 되는 자금이므로 정부의 투자자금을 활용한 다양한 기반 기술이 연구소, 대학 등의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연구개발 기술수준도 상당히 높아져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술지에 다수의 연구 논문이 게재되고 있다.
신약개발 분야의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정부 자금을 활용하여 축적한 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산업화를 통해 축적된 자본이 다시 연구개발 자금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한다.
그래서 두 번째 전략은 국내외 기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빠르게 산업화를 실행하는 전략이다. 기반 기술 개발자들 입장에서도 본인들이 수행하기에는 불가능한 보유기술의 산업화가 진행되면 이에 따른 보상이 훨씬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화 능력이 있는 경영진과의 기술 도입 계약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신약개발 회사의 경우, 경영진은 산업 전문가로써 연구소, 대학, 기업에서 진행한 기반연구에 바탕을 둔 후보물질의 경쟁력을 평가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 물질에 대한 산업화 권리를 저렴하게 회사에 도입하여 빠르게 사업화하는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위의 후보물질 도입과 관련된 전략을 우리는 보통 Open Innovation 전략이라고 하고 최근에는 아예 자체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모두 Out sourcing으로만 진행하는 NRDO (No Research Develop Only)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회사의 핵심 경영진이 신약개발과 관련된 사업 전문가들로 구성된 G사를 예로 들어보자. G사는 사업화가 지체되고 있는, 그러나 성공 가능성 큰 후보 물질을 선별한 후 싼 가격에 권리를 확보하고 이후의 임상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임상2상이 완료된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을 싼 가격에 도입한 이후 1년만에 안구건조증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안구건조증 환자는 전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시장에는 처방 가능한 약물이 많지 않아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고 안구건조증의 임상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추가 임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던 과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17년내에 글로벌 임상3상을 마무리하고 2018년에는 NDA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어 단기간에 회사 가치가 급성장한 사례로 볼 수 있으며 위의 전략을 통해 투자자는 높은 내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국내 신약개발 회사들은 대부분 임상에 대규모로 소요되는 자금이 부족하고 신약을 전세계에 판매할 수 있는 판매망이 없기에 개발 단계에서 신약개발 기술을 대형 제약사에 판매하는 전략을 취한다. 기술 판매와 관련하여 전체 계약의 규모는 개발 단계에 따라 달라지기에 다국적 제약사와의 계약을 위해 국내 제약사에 기술을 판매하고 국내 제약사가 추가 개발 비용을 지불하여 개발 단계를 끌어 올린 후 해외 제약사에 판매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최근에 많은 회사들은 회사간의 거래를 찾거나 성사시키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과거의 신약개발 전략은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사업화까지를 혼자 끝내자”로 개발 기간이 장기화되고 투자자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측면이 있었다면 최근 신약개발 전략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개발기간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약개발 전략은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