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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들의 도전정신' 창업에 뛰어든 노벨상 수상자들

입력 2017-10-19 09:11 수정 2017-10-19 09:11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리처드 헨더슨' GPCR 타깃 바이오텍 창업..연구와 창업·사업화 별개인 국내에 시사점

매년 10월이 되면 전세계가 주목하는 노벨상 수상자 명단이 발표된다. 노벨상 수상은 그 분야에서의 세계적, 역사적 업적을 인정받는 것이다. 특히 물리, 화학, 생리의학의 경우, 그 분야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이 인정되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전세계의 수많은 연구자들이 바라는 영예다.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자들은 대게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에 매진한 속칭 '대가'라 부리는 사람들이다. 재미있는 점은 그러한 노벨상 수상자들 가운데 바이오텍 창업에 도전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기초연구와 창업 혹은 사업화가 철저히 분리된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3인 가운데 한 명인 영국 분자생물학자인 리처드 헨더슨 역시 본인이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신약개발회사를 창업한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 Richard henderson의 'Heptares therapeutics'

리처드 헨더슨(Richard henderson)은 극저온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해 생체 화학의 기초 연구 뿐만 아니라 의약학 발전에 결정적인 이바지를 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하는 3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16세기 최초로 발명된 이후 꾸준한 개량을 거친 현미경은 육안으로 관찰할 수 없었던 세포 하나, 박테리아 등을 볼 수 있게 해줬다. 더 세밀한 구조의 세계를 관찰하기 위해서 개발한 전자현미경은 세포와 미생물 구성물의 입체적 구조와 박테리아보다 더 작은 바이러스도 관찰이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생물학자들은 단순히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극저온전자현미경은 굉장히 낮은 온도의 순간적인 냉각을 가하는 방법을 통해 해당 물질을 분자구조가 변형되지 않은 상태로 관찰이 가능하다.

리처드 헨더슨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관찰해서 3D 입체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는데, 이때 이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해서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원자 단계까지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단백질의 기능과 구조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줌으로써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타깃 단백질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헨더슨은 극저온전자현미경 기술을 이용해 세포막의 G단백질 결합 수용체(G protein coupled receptor; GPCR)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마침내 2007년, 동료들과 함께 GPCR을 타깃으로 하는 바이오 기업 'Heptares therapeutics'를 창립했다. Heptares는 GPCR이 가지는 약리학적 입체구조를 파악,그에 맞는 약물을 발굴하는 플랫폼 기술을 구축하고 다양한 질환을 적응증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활발한 파트너쉽을 맺고 파이프라인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앨러간과의 협업을 통해 알츠하이머, 조현병과 같은 정신과적 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무스카린 수용체(M1/M4)를 타깃으로 하는 후보물질의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는 면역항암제 개발을 목적으로 아데노신 A2A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저분자물질의 임상을 진행중이며, 테바와도 편두통 치료 후보물질의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 Susumu Tonogawa의 ‘Galenea’

일본의 분자생물학자 도네가와 스스무(Susumu Tonegawa)는 면역과 관련한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1976년 바젤 면역학연구소에서 주임연구원으로 재직할 때 '다양한 항체 생성에 관한 유전학적 원칙'이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실험을 통해 유전물질은 항체의 다양성을 형성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재배열할 수 있으며 이동과 재결합, 삭제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항체를 생성하는 유전자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한다는 인체의 매커니즘을 밝혀냈다. 이로써 연구자들은 몸 안에 필요한 특정 항체를 인위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업적을 인정받아 스스무는 198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면역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자리매김한 그는 2003년, 복잡한 신경계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인 'Galenea'를 창업한다. 이들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간질, 양극성 우울장애 등의 질환들의 원인이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들간의 신호전달체계인 시냅스 전달의 이상에서 기인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경계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Galenea는 정상 신경세포와 병변이 발생한 신경세포의 시냅스 전달을 다양한 측면으로 분석, 해석하고 치료후보물질의 효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MANTRA System'을 플랫폼 기술로 구축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시냅스 기능을 직접 스크리닝하고 알맞은 중추신경계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Galenea는 플랫폼 기술을 통해 조현병의 비정상적 시냅스 전달을 조절하는 새로운 물질을 발굴했으며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진단적 EEG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이들은 돌연변이 헌팅턴 유전자에 의해 유도된 시냅스 신호체계의 변화를 확인하고 이를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새로운 종류의 치료 후보물질 도출을 시도했다.

◇ Robert J. Lefkowitz의 'Trevena'

미국의 생물학자 로버트 레프코위츠(Robert j. Lefkowitz)와 브라이언 코빌카(Brian KentKobilka)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GPCR의 구조와 형성,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 활성화와 조절 방법 등을 연구, 분자 수준으로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GPCR은 세포막을 7번 통과하는 구불구불하게 접힌 구조를 가진 하나의 폴리 펩타이드 물질로 세포 안팎으로 고리(loop)부분이 존재한다. GPCR은 외부의 자극을 수용해 세포 내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많은 신체작용을 조절하거나 빛, 냄새, 맛 등을 감지한다. 현재 개발 또는 시판 중인 약물의 절반 이상이 타깃으로 하는 GPCR은 신약 개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키(key)로 자리매김했다.

레프코위츠는 본인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07년, GPCR 타깃의 신약 개발 기업 'Trevena'를 설립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GPCR이 G단백질과 β-arrestin에 의해서 각자 다른 경로를 통해 생체 반응을 조절하는 것에 주목했다. 기존의 GPCR 타깃 약물들은 하나의 수용체를 전체적으로 활성화(Agonist)하거나 억제(Antagonist)하는 반응을 보인다. Trevena는 하나의 GPCR이 가지는 G단백질 신호체계와 arrestin 신호체계를 구별하고 선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좀 더 특이적으로 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접근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하나의 GPCR이 가지는 다양한 작용 가운데 원하는 반응의 신호체계만을 활성화하는 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ABLE TM' 플랫폼 기술을 확립했다.

이러한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Trevena는 중추신경계 관련 통증에 집중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전임상 및 임상을 진행중이다. 그 중 'Olinvo(Oliceridine)'의 경우 2016년 미 FDA로부터 중등도 이상의 급성통증에 대한 혁신신약으로 지정 받았으며 지난 2월, 임상3상에서 위약 대비 통증의 감소 뿐만 아니라 구역, 구토 등 위장관 부작용 발생율은 낮게 나타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 Paul Greengard의 ‘Envoy therapeutics’

2000년, 스웨덴 왕립과학원 측은 ‘신경계의 신호전달에 대한 발견’을 주제로 아르비드 칼손(Arvid Carlsson), 폴 그린가드(Paul greengard), 에릭 캔들(Eric Richard Kandel)에게 노벨의학상을 수여했다. 뇌는 약 천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졌으며, 하나의 신경세포가 수많은 연결고리 ‘시냅스’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화학적 신호전달을 통해 우리 몸을 조절한다. 세 명의 수상자는 이러한 신호전달체계 속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을 규명하고 그 기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신경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신경계질환을 치료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폴 그린가드는 도파민과 신경전달물질들이 각각의 수용체와 결합, 신경세포를 자극함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을 연구했다. 세포표면의 수용체가 세포벽에 존재하는 효소를 활성화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2차 전달자들이 세포 내의 단백질 인산화효소를 통해 기능의 변화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관찰했으며, 그 중에서도 DARPP-32라는 조절 단백질이 도파민을 포함한 신경전달물질들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DARPP-32는 다른 단백질들의 활성화 시기와 방법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이러한 '완만형 시냅스 신경전달'은 운동성과 감정, 중독성 마약 반응들을 조절한다.

Envoy는 폴 그린가드가 그의 연구에 초점을 맞춰 2009년 설립한 신약 개발회사로, 800만 달러의 초기 투자금을 확보하고 파킨슨병과 조현병 등의 질환 타깃 단백질 발굴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이들은 세포이 특정 구조물을 이루는 단백질을 표시, 분리하는 분자생물학적 기술과 혁신적인 유전 공학 기술을 접목시킨 ‘bacTRAP’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는 특히 많은 종류의 세포가 밀집한 뇌에서 효과적으로 타깃 단백질을 발굴할 수 있다.

설립 이후 3년이 지난 2012년, Envoy의 플랫폼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다케다(Takeda)가 14억달러(약 1조5800억)의 대가를 지불하고 bacTRAP기술에 대한 노하우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포함한 권리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