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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고]韓 벤처캐피탈, 바이오 투자 목적지는?
입력 2018-01-03 09:42 수정 2018-01-03 09:52
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
2018년 신년을 맞이하여 한국 바이오벤처 기업들에 대한 투자동향을 분석하고, 특히 투자자들의 변화에 대해서 고찰해보고자 한다. 지난 2016년에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는 전체 투자대비 비중에서 21.8%로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2017년 10월 현재 2,830억원으로 15.4%를 넘지 못하고 있다<표.1>. 이러한 바이오 투자부진 사유중 한가지로 2017.07.25일 공지된 한국벤처투자의 제3차 정시출자 사업관련하여 모든 창업투자회사들이 조합결성 업무에 매진하느라 투자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점도 작용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벤처투자가 총 8,700억원을 출자하여 최소 1조2,865억원의 조합을 결성하는 대규모 출자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규모 출자사업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서라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이를 통한 고용효과를 증대시키겠다는 정부 의지다.
창업투자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2017.1월부터 10월까지 바이오/의료분야 투자에 2,830억원이 투자되었으며, KTBnetwork가 9개 회사에 305억원을 투자하여 최대투자자로 집계되었다<표.2>. 이 통계의 단점으로는 창업투자회사 조합만이 집계되기 때문에 금융위원회에서 관할하는 PEF 등은 합산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현재 인용할 수 있는 통계로는 최선으로 생각된다. 이를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바이오투자를 많이 한 상위20개사를 선별할 수 있는데, 이들 상위 20개 투자사들은 총 77개 업체에 1,987억원(전체 투자금액의 70.2%)을 투자하였다. 본 집계에서 KB인베스트먼트와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는 공동 업무집행조합원으로 중복산정된 투자금액을 감안한다 해도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 대부분은 위 20개 투자사들에 의해서 집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번 집계의 특징을 몇가지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를 들자면 수위를 차지한 KTB네트워크 투자금액에는 상당부분 해외투자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분야 투자금액만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전체 투자금액 중 해외투자비중 지표인 38.9%를 바이오 분야에 준용한 근거이다.
이러한 해외투자 비중 확대 추세는 대형 창투사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KTB네트워크는 38.9%, 한국투자파트너스는 30.5%, LB인베스트먼트는 28.0% 등에 달하고 있다. 그 사유로는 벤처캐피탈의 조합 출자자구성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국내 조합결성금액 순으로 5위까지 창업투자회사를 선별한 후 이들이 운용하고 있는 조합의 주요 출자자들 구성을 살펴보았다. 최대 조합결성 창투사는 한국투자파트너스로서 총 1조1,929억원을 운용하고 있는데 주요 출자자는 연금, 증권, 집합투자기구로 구성되었다. 상위 3개 주요 출자자들이 전체 44.0%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정책목적을 중요시하는 출자자는 모태펀드 4.7%,산업은행 7.0%로서 총 11.7%에 불과하다. 이렇듯 조합출자자들의 구성이 정책적 목적을 중요시하는 한국벤처투자, 산업은행에서 수익을 중요시하는 연금,증권,일반법인,외국인,집합투자기구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해외투자비중이 30.5%에 달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표.3>
한국 바이오산업에 대해서 투자할 기업이 없다 내지는 기업가치가 너무 높다 등의 인식이 퍼지면서 한국벤처투자와 산업은행 등에서 국내 바이오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정책적 조합결성을 추진하지 않음에 따라,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출자자들의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은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며 빠른 수익달성을 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벤처조합에 출자를 담당하고 있는 증권, 연금, 공제회 등의 부서는 주로 대체투자팀으로, 이미 본인들이 활발한 해외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네트워크, 딜소싱 제안 등을 요청하게 된다. 이러한 추세는 초대형 IB증권사들의 출현과 맞물리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18년에 바이오투자를 담당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 투자재원으로는 KB인베스트먼트-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등이 운용하고 있는 바이오 전문투자조합과 지난해 12월 경에 결성된 5,500억 규모의 청년창업조합과 3,572억원 규모의 4차산업펀드 등이 가능하다 할 수 있겠다. 2018년은 새정부 들어서 코스닥부흥책이 본격 실행될 것으로 전망되어 강세장이 예상된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상장사 혹은 프리 IPO 투자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벤처캐피탈의 투자재원의 변화와 시장상황에 따라 초기기업의 투자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초기 바이오벤처기업들이 느끼는 투자에 대한 갈증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들어서는 보건복지부와 산업은행 등에서 초기 바이오벤처기업투자를 위주로 하는 조합등을 결성하기 위한 노력을 보다 확대해 주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필자는 지난 6월 바이오스펙테이터 지면에 한국 바이오산업과 더불어 발전하는 벤처캐피탈로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게재하였다. 이후 많은 바이오벤처기업 대표님들을 만나 투자업무를 상의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한국 바이오산업을 이끌어나갈 큰 인물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이들 큰 인물들이 경영하는 벤처기업들이 좋은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해나갈 때 한국 바이오산업의 앞날이 밝게 열릴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새로운 투자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