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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희귀유전자 치료제 '룩스투나'..가격 9억 '논란'

입력 2018-01-04 11:04 수정 2018-01-04 11:38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희귀망막질환 유전자치료제 룩스투나의 치료비용을 85만 달러, 스파크테라퓨틱스 보험회사와 논의중...'약물효능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비용삭감 제안'

최초 희귀유전자 치료제 '룩스투나'..가격 9억 '논란'

혁신적인 치료제가 시판돼도 천문학적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난해말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로 허가받은 희귀유전자 치료제 '룩스투나(Luxturna)'의 가격이 이슈가 되고 있다.

스파크테라퓨틱스(Spark Therapeutics)는 지난 4일 룩스투나의 치료비용을 85만 달러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안구 한쪽의 가격은 42만5000달러다. 룩스투나는 RPE65 유전자변이로 인해 생기는 희귀성 유전성망막질환 치료제다. RPE65 변이가 생기게 되면 시력유지를 위해 필요한 효소를 합성하지 못해 시력손실 혹은 실명을 하게된다. 아동기~청소년기에 발병한다. 룩스투나는 AAV 벡터를 통해 환자의 막망세포에 정상적인 RPE65유전자를 전달함으로써, 망막에서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단백질을 생성하게 유도해 시력을 회복시킨다.

스파크는 고가 논란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회사인 Harvard Pilgrim(비영리), Express Scripts와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계약에 따라 스파크는 환자에 약물효능이 없는 경우,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Jeffrey D. Marrazzo 스파크 대표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 "치료법에 대한 접근은 회사와, 치료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 약물공급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이들, 의사 그리고 치료센터에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며 "환자가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환자처방, 제품공급, 비용지불 등 기존제도의 챌랜지를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스파크의 결정은 향후 혈우병B, 혈우병A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치료제의 가격책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최근 1년동안 지속되는 혈우병B 치료제인 'SPK-9001'의 우수한 임상1/2상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치료제 없는 질환의 혁신적 유전자치료제 시판..'그러나, 천문학적 비용으로 소수 환자만 혜택'

지난해 FDA가 46건의 신약을 승인하면서 최근 5년간의 승인 건을 뛰어넘는 최대치를 기록했다(2015년 46건으로 동일). 2016년 22건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치료제승인이 눈길을 끌었다. 노바티스의 '킴리아(Kymriah)', 길리어드의 '예스카르타(Yescarta)', 스파크의 '룩스투나(Luxturna)'가 대표적이다.

이들 신약은 모두 약이없는 질환에서 우수한 효능으로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킴리아, 예스카르타는 T세포에 암항원을 인식하는 수용체를 삽입한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s) 치료제며, 룩스투나는 AAV를 이용해 환자에 결여된 유전자를 전달하는 유전자치료제다. 모두 유전자 조작기술을 이용한 혁신적인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신약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높은 치료비용이다. 킴리아의 단일투여에 따른 가격은 47만5000달러(5억3500만원)다. 예스카르타는 상대적으로 낮은 37만3000달러(4억2200만원)로 책정됐다. 룩스투나는 85만 달러(9억원)이다. 단순히 치료제비용 뿐만 아니다. CAR-T의 경우 환자들은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된다. 전처리 화학치료요법과 일부병원에서만 시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숙박비, 경비 등 숨겨진 비용(hidden cost)으로 환자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킴리아의 기준으로 최대 10억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CAR-T의 고가의 치료비용에 대한 보험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혁신적인' 치료제개발에 따른 혜택은 소수의 환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치료비용을 감당없는 환자는 치료제 승인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2016년말 시판된 바이오젠의 '스핀라자(Spinraza)'도 약이 없는 희귀병인 척수성 근위축증(SMA)를 대상으로 승인받은 최초의 약물이다. 그러나 1회 주입에 12만5천 달러의 비용이 소모되며, 첫해 6회에 이어 다음해부터 3회 투여해야되는 약물이다. 스핀라자의 지난해 2분기 매출액은 2억 달러(2200억원)였다.

최초로 승인받은 유전자치료제는 2012년에 EMA(유럽의약품청)으로부터 승인받은 UniQure '글리베라(Glybera)'다. 당시 120만 달러의 치료비용으로 이슈가 됐다. 그러나 낮은 판매량으로 회사는 더이상 글리베라에 마케팅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10년 이상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는데 투자한 막대한 R&D 자본을 고려한 선택이다. 그러나 향후 과학의 발전에 따라 핵산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등이 시판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제약사, 보험회사, 의료업계 간의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