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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의 투자노트]방사성의약품 차별화 포인트?
입력 2018-01-24 14:35 수정 2018-01-24 14:48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방사성의약품(radiopharmaceuticals)은 화합물 구조에 방사선 동위원소가 포함되어 있는 의약품을 말한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선 동위원소를 함유한 표적물질로 인체에 투여하여 질병의 진단 또는 치료에 사용하며 생산을 위해서는 cyclotron, 자동합성장치 등의 특수한 생산시설이 필요하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경우 품목별 국내시장 규모가 매우 작아 생산 기업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희귀 소아암 치료에 사용되는 'I-131 mIBG'의 지속적 공급을 위한 제조 시설의 GMP 적합 판정을 받은 것도 특정 방사성의약품의 국내 공급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양전자 단층촬영(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은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하여 인체에 대한 생리•화학적, 기능적 영상을 3차원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검사방법이다. 현재 암 진단에 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암에 대한 감별 진단, 병기 설정, 재발 평가, 치료효과 판정 등에 유용한 검사로 알려져 있다. PET을 이용하여 방사선 방출 영상을 재구성하면, 신체의 어떤 부위에 방사성 의약품이 얼마나 모여있는지를 3차원 단층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최근에는 PET 스캐너와 컴퓨터 단층촬영(CT Computed Tomography) 스캐너를 하나로 결합시킨 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PET-CT) 스캐너가 널리 보급되어 있다. PET-CT는 해부학적 정보 제공과 함께 좀더 정확한 영상 보정이 가능하여 기존 양전자 단층촬영(PET)에 비해 영상 화질이 한층 우수하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사성의약품인 '18F-FDG 18F-Fluorodeoxyglucose'는 생체내 포도당 사용이 많은 곳(암 조직)에 축적되어 영상을 보여주는 물질로서 물질 및 제조 특허가 없어 누구나 제조하여 사용할 수 있는 방사성의약품이다.
방사성의약품에 사용되는 동위원소는 진단용 화합물 합성에 사용할 수 있는 반응성과 적절한 반감기가 중요한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18F의 반감기는 109분, 68Ga는 67분, 99mTc는 6시간의 반감기를 갖는다. 18F는 cyclotron을 이용하여 제조하며, 제조한 18F은 자동합성기를 이용하여 화학 반응을 통해18F-FDG로 합성된다. 18F의 제조 가격이 매우 높고(보통 18F의 원료로 18O 를 사용하며 cyclotron은 장비 및 설치비로 1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반감기가 매우 짧기 때문에 신속하고 높은 효율로 18F을 합성할 수 있는 합성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개발된 합성방법에 따라 18F-FDG 자동합성기용 일회용 합성kit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상업적인 생산을 하게 된다. 보통 18F-FDG는 생산된 이후 4시간 이내에 사용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역적인 cyclotron center가 필요하게 된다.
현재 국내의 경우 대형 병원을 포함하여 다수의 cyclotron center가 운영되고 있으나 대부분 18F-FDG만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지역적으로 cyclotron center를 운영함으로써 다양한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의 생산 및 공급을 진행하게 되며 하나의 cyclotron center가 여러 개의 imaging center를 지원하는 형태가 된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선 동위원소 고유의 특징인 방사성 원자의 붕괴에 따라 방사선 강도가 약해지므로 반감기가 짧은 원소를 사용한 방사성의약품은 각 지역별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공장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다양한 방사성의약품의 개발에 따라 지역적인 cyclotron center의 운영이 매우 수익성 높은 사업이 된다고 생각한다.
분자진단, 면역진단 등 다양한 체외진단 기법과 유전체 분석을 통한 다양한 진단방법이 개발되고 있으나 최고의 진단방법은 인체의 상태를 그대로 볼 수 있는 직관적인 영상 진단이므로 앞으로도 다양한 imaging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영상진단 분야에서는 X-ray, CT, MR(Magnetic Resonance)의 발전에 따라 보다 선명하게 인체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질병의 조기진단이 가능한 방법이 PET라고 생각한다. 국내외에서 많은 대형 병원들이 PET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현실에서 PET 장비는 매우 고가이며 PET를 활용한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의약품의 종류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진단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규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따른 시장 성장율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현재 다양한 신규 방사성의약품이 개발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암, 파킨슨병, 치매, 동맥 경화증 등 노인성 질환, 만성 질환 진단용 의약품 개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질병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은 물질 개발, 특허 취득, 임상 등의 과정은 기존의 신약개발 과정과 동일하나 진단용 신규 물질 개발이 진행되어도 동위원소의 진단용 의약품 구조내 삽입을 위한 반응 수율 향상이 달성되지 않으면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기에 새로운 합성 방법 및 합성 kit 제조 사업이 동반되어야 하는 차이점이 있다. 또 의약품 합성을 위한 지역 거점 확보와 방사성의약품 공급 사업도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방사성의약품의 합성을 통한 신규 진단방법의 개발 이외에도 cyclotron을 사용한 방사성의약품의 생산은 장비 설치 뿐만 아니라 관리비도 많이 소요되어 생산 원가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저가로 생산할 수 있는 방사성의약품의 개발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방안도 매우 중요한 사업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진단방법의 개발이 이루어지더라도 진단용 의약품의 가격이 너무 높다면 사업화 및 성장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새로운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의 합성, 신규 합성방법 개발, 방사성의약품 공급 사업 등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있으며 암 이외의 노령화 사회의 문제인 만성질환을 조기에 진단하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현재의 진단시장을 몇 배 능가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화학 합성방법으로 생산한 합성의약품은 유효기간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생물의약품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분자량이 작아 매우 안정적이다. 따라서 하나의 공장에서 생산하여 전세계 시장에 유통하는 사업모델이 가능하다. 운송 수단과 통신의 발전은 전세계 시장을 하나로 만들었으며 이제는 생물의약품 시장도 냉장 유통망을 통해 하나의 공장이 전세계 시장의 수요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단일화된 시장은 선두주자에게 매우 유리한 시장이다. 후발주자는 초기에 큰 시장을 감당할 수 없어 대부분 대형제약사에 기술 판매를 함으로써 시장에 접근하고자 한다. 물론 기술판매는 초기 기업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며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은 사실이나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직접 판매 제약사가 차지한다. 대형 제약사는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을 통한 신시장 개척, 신약개발에 필요한 규제 등의 시장 지위를 이용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신약개발 시장의 후발주자는 선발 주자가 만든 규제에 대응하며 효과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후발 주자가 대형 제약사의 영향력에서 조금이라나 벗어날 수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수익성 낮은 작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투자자의 관심을 벋어나는 일이지만 방사성의약품 공급 사업과 같이 높은 수익성을 보유하였으나 전체 시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없는 시장의 경우 후발 주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방사성의약품 사업과 같이 다국적 제약사와 시장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한 구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