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본문
[남궁석의 신약연구史]PD-1항체 개발 주역 'Medarex'
입력 2018-05-17 10:50 수정 2018-10-02 07:06
남궁석 충북대 교수
이번 연재에서는 CTLA-4와 함께 면역체크포인트 억제제의 타겟으로 각광받는 PD-1/PD-L1의 발견과정과 함께 이들을 저해하는 항체가 실제 의약품으로 개발되기까지의 난관을 알아보도록 하자. CTLA-4 와 마찬가지로 PD-1의 발견 과정도 처음에는 항암치료와는 무관한 기초 연구에서 우연히 파생된 것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포자살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찾으려다가 발견된 PD-1
교토 대학의 혼조 타스쿠(本庶佑, 1942 - )는 1970년대부터 항체의 클래스 스위칭(Class Switching) 과정 및 항체의 다양화를 유도하는 체세포 과변이(somatic hypermutation)에 관여하는 AID(activation induced deaminase) 등의 유전자를 발견하여 B세포가 어떻게 다양한 항체를 만드는지에 대한 분자생물학적인 기전을 규명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타스쿠 연구실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연구실의 주 연구토픽인 B세포 이외에도 T세포의 인식의 다양성이 어떻게 생성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한 연구도 시작되었다. 1989년 당시 대학원생이던 이시다 야스마다(石田靖雅)는 지도교수에게 흉선에서 자신의 항원을 인식하는 T세포는 세포자살(apoptosis)를 통하여 제거되게 되는데, 여기에는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제안하였다. 혼조는 해당 연구실에서 주로 진행되던 토픽과 거리가 있는 이 주제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으나, 꽤 정교한 연구계획을 가져온 대학원생인 이시다에게 그 연구를 하고 싶으면 해보라고 하였다. 이시다는T 세포 하이브리도마에서 세포자살 시에 과발현되는 유전자를 탐색하여 유전자를 발견하였고, 발견된 유전자 중의 하나는 PD-1(Programmed Death-1)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그러나 PD-1의 서열은 기존에 알려졌던 세포자살에 관련된 유전자들과는 전혀 달랐고, CD28이나 CTLA-4 와 같이 이뮤노글로블린 슈퍼패밀리에 속하는 도메인을 가지고 있는 막 단백질이었다[1]. 더욱이 실망스럽게도 후속 연구를 통하여 PD-1 자체는 원래의 가설과는 달리 세포자살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졌다[2]. 그러나 PD-1의 진짜 기능을 밝히기 위한 연구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