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본문
'테슬라요건 상장 확대' 바이오기업 新IPO 통로될까?
입력 2018-06-04 13:51 수정 2018-06-08 08:34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테슬라요건 상장은 기술성평가와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라는 두단계 상장 절차를 한단계로 줄여주며 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바이오기업도 도전해볼 만 합니다."
"바이오기업이 새롭고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가까운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바이오기업이라면 여전히 기술특례 상장에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적자기업 테슬라 상장사례에서 본딴 국내 이익미실현 상장제도에 대한 바이오기업들의 엇갈린 반응이다. 최근 거래소가 이익미실현 요건을 통한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요건을 완화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어떤 기업이 테슬라 상장 1호 바이오기업이 될지도 주목된다.
◇시총 1000억 이상 바이오기업 테슬라 상장 가능
이익미실현 상장에 관심이 폭발한 것은 지난 5월 중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바이오기업 이익미실현 요건을 통한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히면서다. 거래소는 국내 증권사 등에 보낸 공문에서 "국내·외 바이오 등 기술기반 업종 기업에 대해서도 이익미실현 요건 적용이 가능한지에 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의 경우 업종(바이오 포함) 등에 무관하게 이익미실현 요건을 통한 심사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단 거래소는 심사상 필요시 거래소 비용으로 기술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또한 외국기업의 경우 이익미실현 요건이 사실상 기술평가특례에 해당해 사전협의단계에서 국내 평가기관을 통한 기술평가 실시를 원칙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거래소는 이익미실현 상장 요건도 대폭 개편했다. 지난 2월 상장한 카페24 외에는 추진기업이 없자 제도 활성화를 위해 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거래소는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50억원 이상 ▲시총 300억원 이상 & 매출액 100억원 이상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기존에는 ▲시총 500억원 & 매출액30억원 & 2년연속 매출액 증가율 20% ▲시총 500억원 & PBR 200%에 해당하는 기업이 가능했다. 특히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규정은 작년 하반기 투자붐을 타고 회사 가치가 크게 상승한 바이오기업에게 상장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었다.
또한 상장주관사의 풋백옵션(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장 후 1~6개월 간 개인청약자에게 공모가의 90%로 환매청구권을 부여)도 코넥스 기업의 이전 상장시 등에는 일부 완화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시점 기준 6개월 이내 코넥스 시장에서 일평균 거래량이 1000주 이상이고, 코넥스 시장 전체 매매거래일수 중 해당 종목의 매매거래가 성립된 일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툴젠 바이오기업 1호될까..해외 바이오텍 국내 진입 '기회'
이번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혜택은 코넥스 상장 바이오기업 및 국내 기업이 해외에 설립하거나 투자한 외국법인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코넥스 기업의 경우 상장 주관사의 풋백옵션이 없을 뿐 아니라 기업가치(시총)를 명확히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유전자 교정 전문기업 툴젠의 경우 이익미실현 요건을 통한 코스닥 상장 도전을 검토하고 있다. 툴젠은 코넥스 대장주로 시총, 거래량 역시 이익미실현 요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게다가 기술성 평가까지 이미 통과한 경험까지 있다.
툴젠 관계자는 이에 대해 "테슬라요건과 기술특례상장을 놓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리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8월경 상장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툴젠의 상장 주관은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다.
현재 외국 바이오기업의 경우 이익을 내지 못하면 국내 증시 상장이 불가능하다. 거래소가 외국법인의 경우 기술특례방식의 코스닥 상장을 막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거래소 방침에 따라 외국기업도 이익미실현 요건을 통한 상장의 기회를 부여받게 됐다. 물론 국내 평가기관을 통한 기술평가를 받는 조건이지만 기업으로서는 선택의 기회를 부여받게 됐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해외법인 설립 및 해외바이오텍 투자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희소식이다. 특히 제넥신의 미국 관계사 네오이뮨텍(NIT)이 이익미실현 상장 요건을 통한 국내 코스닥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IT는 제넥신의 면역항암제 ‘하이루킨’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로 미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NIT는 지난 4월 하나금융투자와 상장주관사 계약도 맺었다.
◇기술성 평가 반발에 테슬라 상장 관심.."그래도 기술특례 상장"
이익미실현 요건 상장의 취지는 독창적인 사업 모델을 보유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 즉 테슬라와 같은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상장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신약개발이나 성과를 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반적인 바이오텍의 성장스토리와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바이오기업들의 기술성평가 탈락이 잇따르고 탈락 사유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이익미실현 상장으로 관심이 쏠렸다. 상장을 준비중인 한 바이오텍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에 대한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해 극히 우려한다"면서 "이익미실현 상장이라는 대안 역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게 중심은 기술성 평가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코넥스 상장 기업 관계자는 "거래소는 심사상 필요시 거래소 비용으로 기술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기에 기술성 평가가 없는 것도 아니다"면서 "툴젠 정도 외에는 이익미실현 상장을 채택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바이오기업 CFO는 "국내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기업이 이익미실현 요건 상장예비심사 통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면서 "바이오기업의 경우 여전히 기술특례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