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본문
현장·현실 괴리된 '청년 TLO'사업 순항할 수 있을까?
입력 2018-07-12 08:50 수정 2018-07-12 08:50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사업인 청년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 대학기술이전조직) 사업이 다음달 막을 올린다. 이공계 학‧석사 졸업생 4000명을 청년 기술이전 전문가로 육성해 70% 이상을 취업시킨다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 내용이다. 1년차 사업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산 46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달초 접수를 마감해 이달 중 협약을 맺고 다음달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일 이달 말까지 사업자를 추가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예상보다 참여기관이 저조하자 추가 모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 2차로 나눠 8월, 9월 사업을 시작할 예정으로 종료기간도 1달 밀린 내년 2월까지다.
조짐은 진작부터 있었다. 지난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까지 청년 TLO 사업을 재고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현장의 반응은 너무나 차가웠다. 바이오스펙테이터가 만난 TLO들은 청년 TLO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성토했다. "대학의 눈치 때문에", "다른 사업에서 불이익 받을까봐" 어쩔수 없이 참여한 곳도 적지 않았다.
대학에서 잠자고 있는 우수기술을 발굴, 기술이전이나 창업을 촉진해 산업 발전과 (청년층) 고용창출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많은 관련 종사자들은 6개월만에 4000명의 기술(이전) 전문가를 육성해 70%이상 취업률을 달성한다는 청년 TLO 사업의 계획과 목표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목표 달성에만 매달려 사업의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 TLO 1명당 1개의 기술을 맡는다고 하면 4000개다. 70% 취업률에 대비하면 2800개인데 6개월안에(실제 기술이 기업이나 창업자에 도달한 시점을 고려하면 6개월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 기술이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외부 기술을 도입해 사업화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걸음마 단계인 국내 현실에서 단번에 대규모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나 창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정부가 스스로 밝힌 연간 대학 기술이전 건수가 3500건(2016년 65개 대학 기준)이다.
정부는 대학 내부에서 1만8000개의 우수 기술을 분류·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우수기술이 정말 사업화 가능한 기술인지는 판단 보류다. 현장 기업들을 만나보면 사업화할만 가치있는 기술을 찾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게다가 기업은 기술이전 하나에도 신중하다. 기술이전은 추가 자본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전략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기술이전 하나를 결정하는데도 1~2년씩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술을 도입하는데 있어 인력 채용까지 연계시키면 기업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사업주체인 각 대학 산학협력단으로 들어가면 산단에 속한 TLO당 약 80명의 청년 TLO를 육성해 이 중 최소 56명 이상을 기술과 함께 취업시키는 목표다. TLO에게 제공되는 예산은 4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TLO 전담인력이 1~2명이 불과한 곳이 적지 않은데 80명을 교육하고 취업 및 창업까지 시키는 미션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긴다. 또한 기술소개자료 작성, 기업 및 기술 동향조사, 실험실 연구자 지원·협력, 실험실 보유기술 기반 창업 등 기술이전 촉진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 기술 혹은 기술이전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기술이전 전문가는 과학지식 뿐 아니라 비즈니스 마인드까지 겸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기술이전을 담당할 사업개발 담당자가 없다고 아우성인 이유이기도 하다.
고용창출이 시대의 화두인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만의 차별화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가 '청년 TLO' 사업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 다 그렇듯이 위에서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긴 하다. 게다가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사람중심'이다. 그리고 취지는 백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과에 집착한다면 사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과정이 왜곡될 것은 자명해보인다. 전문가는 단번에 육성되지 않는다. 중장기 비전을 그리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