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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단장이 말하는 'CRISPR' 상용화 위한 선결과제

입력 2018-07-20 18:13 수정 2018-07-25 06:49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바이오나노메디신 살롱서 '전달', '면역원성', '모자이크 현상' 등 제시

"CRISPR 유전자가위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남아있는 과제들이 있다. 효율적인 전달기술 , 면역원성, 모자이크 현상, 오프-타깃 변이 등은 극복해야 하는 도전과제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지난 19일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열린 '13차 바이오나노메디신 살롱'에서 "앞으로 CRISPR 유전자가위는 더욱 활발하게 연구와 개발이 진행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단장은 먼저 유전자 가위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그는 "유전자가위는 1세대 ZFN, 2세대 TALEN, 3세대 CRISPR까지 개발과 연구가 진행됐다. 이렇게 각 특징에 따라 세대를 구분해놨지만 그렇다고 해서 1세대 ZFN가 사그러든 것은 아니다"며 상가모가 ZFN 기반으로 길리어드와 3조원이라는 큰 규모의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물론 떠오르는 것은 CRISPR다. 김 단장은 "CRISPR 미국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UC버클리대와 브로드연구소가 각각 1000억원을 들여 소송을 진행하고,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신중하게 심사, 승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이어 CRISPR 상용화가 이뤄지기 위해서 몇 가지 도전 과제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첫번째는 전달(Delivery)이다. 그는 "효율적인 전달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는 나노입자와 AAV 등을 이용해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는 면역원성(Immunogenicity) 유발 위험을 들었다. 올해 초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 CRISPR-Cas9이 체내에서 면역원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스탠포드대 연구진은 세균에서 만들어진 Cas9에 대한 면역원성이 발생해 유전자 교정 효과를 떨어뜨리고,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소 시스템 개선, 면역원성이 발생하지 않는 미생물의 종류 발굴, 또는 면역원성 유발 펩타이드 시퀀스를 규명해 대체하는 등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연이어 CRISPR 유전자 교정을 적용했을 때 일부는 교정이 이뤄지고 일부는 이뤄지지 않는 모자이크 현상과 유전자 복구 기전 선택, 오프-타깃 변이(Off-target mutation) 등이 도전과제로 소개됐다. 김 단장은 다만 "오프-타깃 변이의 경우 거의 해결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김진수 단장은 현재 다양한 질환에 CRISPR 체내 유전자 교정을 적용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안과의료진 등과 노인성 황반변성을 적응증으로 하는 유전자교정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황반변성의 원인인 병리적 혈관 신생에 관련된 유전자를 유전자가위로 제거하는 것이다. 동물모델에서 병변의 부위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으며 현재 원숭이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규제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됐다. 현재 유전자가위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제약하는 것이 생명윤리법과 LMO법(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명윤리법의 경우 배아연구가 금지돼 있다. 잔여배아를 사용한 연구는 가능하지만 이것은 DNA 염기서열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전자 관련 연구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다. 또한 성인대상의 치료에서도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고위험 질병에만 적용이 한정돼 있어 여러가지 연구적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LMO법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경우에는 LMO 선정 및 관리, 규제에 관여하는 기관이 3곳인데 비해 한국의 경우에는 13곳의 기관이 연관돼 있어 절차와 과정이 더욱 복잡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발표 이후에는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시대에 따라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변화하는 것이다. 지금은 CRISPR에 대해 규제의 벽이 높지만 사람들이 그 기술이 개발되야 하는 필요성을 인지하고 합의를 끌어내게 된다면 바뀔 수 있다. 그 시기가 멀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인력의 수준과 창업에 대한 참가자의 질문에 김 단장은 "미국에서는 1주일에 1곳의 CRISPR 관련 회사가 창업하고 있다. CRISPR이 아직 가지고 있는 과제들을 해결하려고 도전하는 것이다. 국내 연구진의 연구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창업에 도전하거나 실현할 기회가 적은 것이 문제다. 더 많은 창업과 그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