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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게놈이야기]英 국민 유전체검사 시행의 의미
입력 2018-07-25 10:47 수정 2018-07-25 14:36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이사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는 오는 10월 1일부터 영국 내 전체 의료기관에서 암환자와 희귀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루틴 유전체 검사를 시행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영국은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주도하는 나라로서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세금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보험이 있긴 하지만 NHS가 의료 서비스의 대부분인 87%를 커버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의 대부분(약 85%)이 국가 소유로 등록되어 있다.
이러한 국가 주도의 의료 서비스가 만들어진 계기는 2차대전 당시 전쟁 비용이 많이 남아 이를 전 국민 의료서비스로 전환한 것이었다. 이 때부터 이러한 구조는 점차 체계화 되어 현재 호주를 제외한 영연방 대부분이 국가 주도의 의료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는 설립 당시부터 유전체 의학 분야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대국민 서비스를 진행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유전체 의학 서비스에 관해 추진해왔던 내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58년: 병원에서 임상유전학자의 첫 고용 △1971년: 세포유전학 검사 △1985년: DNA 진단 △1997년: DNA 시퀀싱을 기반으로 한 진단 △2001년: 고위험 가족군에 BRCA1/2 돌연변이 분자진단 △2013년: NGS기반 암 패널을 이용한 암 진단 △2018년 10월 1일: 유전체 레벨의 루틴 검사. (암/희귀 질환 환자 대상)
영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유전체 의학기술과 이를 임상에 적용하는 것에 있어 선두주자이다. 국가보건의료서비스가 설립된 1948년 보다 2년 더 빠른 1946년에 이미 영국 런던의 한 의료기관에서는 유전 상담이 전 세계 최초로 진행되었으며 이와 더불어 국가보건의료서비스가 생성된 지 70년 만에 전격적으로 전 국민 유전체 검사 서비스를 실행한다는 것은 정밀의료 역사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사건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의 대국민 유전체 루틴 검사 서비스는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며 이를 위해 최근 몇 년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2012년 캐머런 전 수상은 암 환자 5만 검체, 희귀 질환 환자 5만 검체 확보를 목표로 한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현재까지 약 7만 명의 암과 유전성 질환 환자들의 유전체 및 임상 정보와 같은 의료 빅데이터가 확보되었으며 영국 주요 의료기관과 13개 유전체 의학 센터들이 이들 질병의 임상적 치료와 관련해 경험을 축적하였다.
영국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짧은 시간 안에 유전체 의학의 기반을 다지는데 필요한 데이터와 유전체 의학적 경험이 구축되어 유전체 검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대국민 유전체 검사 서비스를 전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에 들어간 국민 세금의 1/50도 안되는 예산으로 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의료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업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의료 및 국가적인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안과 방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영국 정부는 개인 맞춤 의료(Personalised Medicine) 서비스가 가까운 미래의 영국 의료 서비스가 될 것임에 이에 확신을 가지고 이번 결정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국가 주도의 정밀 의료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실행했다는, 그리고 안정화시켜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영국 정부는 개인 유전정보 서비스에 대해서도 매우 관용적이다. 23andMe 서비스가 미국 FDA에 의해 전면적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당시에도 영국에서는 연구윤리위원회(Research Ethics Committee)가 이 서비스에 대해서 면밀히 리뷰하고 '유전적 위험도 예측성 서비스'는 위험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고 영국의 의료분야 허가심사를 담당하는 MHRA(UK Medicines and Healthcare Products Regulatory Agency)을 통한 평가에서도 영국에서는 23andMe 서비스는 의료서비스가 아니며 위험성이 없으므로 국민들을 대상으로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DTC 유전체 검사 서비스에 대한 관대한 허가로 적극적으로 이 서비스를 받아들였고 캐나다, 호주와 같은 영연방 국가들도 이 정책을 받아들여 소비자 직접 구매(DTC) 질병 위험성 검사 서비스를 진행중에 있다.
영국은 UK Biobank와 같은 대규모 코호트를 만들고 암, 심장질환, 뇌졸증, 당뇨병, 안과 질환, 우울증, 관절염, 골다공증과 같은 다양한 질병 표현형에 대해서 개방하고 전 세계 연구자들과 협력해 연구함으로써 높은 인용 지수를 자랑하는 Lancet, JAMA, Cell, Nature, Science등 저명한 저널에 100여편 이상의 논문이 출판되었다.
그리고 2014년 8월 2일에는 대영제국 훈장을 받은 영국의 존경받는 과학 저널리스트인 '비비엔느 페리(Vivienne Parry)'가 직접 나서 영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헬스케어에 있어 개인 유전체 정보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소개하는 칼럼과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해 영국 정부와 연구자들 그리고 국민들이 어느 정도로 정밀 의료에 관심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대국민 유전체 검사 서비스는 특정 유전체만 한정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질병 유전자를 한번에 검사할 수 있는 유전체 레벨의 검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타겟 항암제 및 면역 항암제 맞춤 처방에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얻고자 하고 있다. 유전 질환이 의심스러운 희귀 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단 서비스가 주로 진행되지만 이 유전자 검사에는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약물 부작용에 대한 정보와 파킨슨, 다발성 경화증 그리고 치매와 같이 조기 발병 위험성을 밝힐 수 있는 정보 및 분석 파이프라인도 포함하고 있어 추후 환자 대상을 확대해 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에서 전 국민 대상으로 가장 먼저 밤낮없이 정밀의료 서비스를 하는 나라가 될 듯하다.
출처
⦁ https://www.genomicseducation.hee.nhs.uk/news/item/448-70-years-of-genetics-and-genomics-in-healthcare/
⦁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18/jul/03/nhs-routine-dna-tests-precision-cancer-tumour-screening
⦁ http://www.frontlinegenomics.com/news/24480/nhs-first-health-service-in-the-world-to-routinely-offer-genomic-medicine/
https://www.youtube.com/watch?v=KiQgrK3tge8⦁ &⦁ feature=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