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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만연구소 부총장이 말하는 신약개발 성공요건
입력 2018-09-07 17:39 수정 2018-09-07 17:39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모든 것이 기초과학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기초과학이 탄탄하지 않으면 혁신적인 신약이 나올 수 없습니다."
모르데카이 셰브스(Mordechai Sheves) 와이즈만과학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부총장의 말이다. 그는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 2018'의 기조강연자로 나서 와이즈만과학연구소의 성공비결을 소개했다.
와이즈만연구소는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인 하임 와이즈만이 1934년 설립한 과학연구소로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로 꼽힌다. 머크의 얼비툭스, 테바의 코팍손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다수 배출했다.
셰브스 부총장은 무엇보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혁신적인 약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기초과학의 발견 때문"이라면서 "(기초과학의 발견 이후) 치료제는 수십년 이후에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와이즈만연구소 역시 기초과학이 중심이다. 셰브스 부총장은 "와이즈만연구소는 과학적 전략이 없으며 연구원들에게 연구주제를 지시하지 않는다. 훌륭한 재능의 인재와 그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호기심에 기반한 연구를 통해 혁신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훌륭한 과학자를 영입해 최고의 물리적 인프라를 제공한다는게 와이즈만의 전략"이라면서 "더 중요한 것은 위험을 감행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위대한 일을 할 수가 없다. 완벽한 연구의 자유, 사고의 자유를 준다"고 강조햇다.
이스라엘의 문화 역시 실패에 관대하다. 그는 "이스라엘 사회는 실패를 실패로 생각치 않는다. 실패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가면 된다. 그러면 경험이 있어 이전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즈만연구소의 기초과학 연구 성과는 60년 역사를 가진 기술이전 전문기관인 예다(Yeda)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과학과 상업화를 철저히 분리했지만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실제로 많은 블록버스터 신약이 와이즈만과 예다로부터 나왔다.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시장의 70%를 장악한 테바의 코팍손, 머크의 레비프, 바이오젠의 아보넥스가 모두가 와이즈만연구소에서 출발했다.
와이즈만의 EGFR BIocker 특허 하나에서 머크의 얼비툭스, 일라이 릴리의 포트라자, 암젠의 벡티빅스라는 세 개의 신약이 탄생하기도 했다. 1992년 와이즈만의 면역항암제 관련 특허는 최근 길리어드에 인수된 카이트마파의 CAR-T의 시작이었다. 와이즈만과 프랑스 스테바이오텍이 협업해 나온 전립선암 치료제 투카드는 유럽 승인 뒤 미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셰브스 부총장은 "지난해 와이즈만에서 시작된 블록버스터의 매출이 360억 달러(40조원)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새로운 연구도 소개했다. 종양억제인자인 P53을 타깃한 펩타이드 개인맞춤형 신약후보물질이다. 이 물질은 변이로 작동하지 못하는 P53을 재구조화해 활성화되도록 한다.
셰브스 부총장은 마지막으로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한국의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 이스라엘은 기초과학에 강하고 한국은 기업을 키워내는 능력이 좋아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일 요즈마그룹은 지난 7월 와이즈만연구소의 원천기술을 국내에 소개하고 기술이전을 주도할 요즈마바이오사이언스홀딩스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