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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젠 "코스닥 삼수도 감내..글로벌 컴퍼니 도전"

입력 2016-07-05 13:27 수정 2016-09-06 13:17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김종문 대표 인터뷰]혈우병 등 유전자 치료제·동식물 품종 개발 박차

툴젠

전세계 생명공학계의 '슈퍼스타'로 급부상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의 한 가운데 한국기업 툴젠이 있다. 가장 먼저 미국 특허 등록(2014년 4월)에 성공한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보다 먼저 미국 특허를 출원했고 세계 최초로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유전병인 혈우병의 치료가능성도 학문적으로 입증해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크리스퍼 가위를 이용해 말라리아를 옮기지 않는 모기를 개발(2015년 11월)한 것에 앞서 중국 옌볜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일반 돼지보다 근육량이 많은 슈퍼근육 돼지를 만들기도(2015년 7월) 했다.

김종문 툴젠 대표이사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유전자가위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툴젠을 유전자 치료제 개발과 동식물 품종을 개발하는 글로벌 컴퍼니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1~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전세계 유전자가위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대주주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서울대 화학부 교수)을 통한 기술진보의 확신에서다.

하지만 툴젠은 당장 눈앞에 닥친 난관부터 해결해야 한다. 툴젠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두차례나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올해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미등록을 이유로 상장이 불발됐다. 툴젠은 코스닥시장 상장심사 미승인 결정에 불복하는 이유서를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첫번째 상장 예비심사에서 지적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시 신청했는데 미승인이 났다"면서 "코넥스기술대상에서 최우수기술상을 받고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의 첫 관문인 기술성평가를 통과한 상황에서 특허 출원중이라는 이유로 코스닥 상장을 거절당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 도전 '삼수'를 감내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1999년 IT기업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 이끌었던 김 대표의 이력을 거론하며 툴젠의 나스닥 상장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국내 자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국내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가 등록될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다시 한번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툴젠이 이렇게 상장을 서두르는 것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유전자가위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고 발빠르게 기술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식물 육종 개발, 혈우병 치료제 임상 진입, 실험 동물 개발 등 앞으로 추진해야할 작업들이 적지 않다.

특히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혈우병치료제 개발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 김진수 단장과 김동욱 연세대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뒤집어진 유전자를 교정해 정상으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근본치료제가 없는 혈우병의 완치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결과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게재하면서 주목받았다.

미국 벤처업체인 샌가모 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혈우병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혈우병 유발 유전자를 그대로 둔 채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는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툴젠 역시 지난해부터 동물실험을 통한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툴젠은 헌터병, 혈우병B,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앓는 희귀병으로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병(CMT) 등으로의 연구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금이 마련이 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각 분야별로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미 국내 제약사 3~4곳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원천기술은 툴젠이 제공하고 기업은 자금을 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이전 및 판권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대상이다.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거대한 특허분쟁에 휘말려 있다. 툴젠의 상장이 거부된 것도 전방위적으로 진행될 특허 소송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특허청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를 가장 먼저 출원한 것은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로 2012년 3월이다. 이후 툴젠(10월), 펭 장 MIT 교수 연구팀(10월)이 잇따라 특허를 출원했다. 하지만 MIT 연구팀은 미국 특허청의 ‘특별 리뷰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먼저 특허 승인을 받으면서 문제가 됐다.

UC버클리대 연구진이 지난해 4월 미국 특허청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고 UC버클리대 연구진의 소송을 받아들여 특허 권리 재검토에 들어갔다. 툴젠 역시 MIT연구팀의 특허등록으로 '특허 거절 의견'을 받았으나 관련 서류를 보강해 다시 제출하면서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기초과학 분야 기술은 특허권리를 나누는 데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과학계의 의견이다.

김 대표는 "툴젠은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10개 국가에서 특허를 출원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 특허만 받아도 중국, 일본 아시아 시장에서 유전자가위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툴젠이 결국 미국 특허 출원을 거절당하더라도 '각국 특허 독립의 원칙'에 따라 한국 등 다른 국가 특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세계 시장 도전에 도전에 소극적이었던 싸이월드, 한글과컴퓨터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툴젠이 국내 시장에만 머무를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만 머물러서는 로컬 컴퍼니로 전락하고 만다"면서 "툴젠을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컴퍼니로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