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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메딕 "의료기기에 신약 파이프라인 장착"..그 배경은
입력 2016-08-03 11:57 수정 2016-08-03 11:57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은진 기자
1회용 캡슐형 내시경이 주요매출인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인트로메딕이 느닷없이(?) 신약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해 궁금증을 유발했다. 회사로서는 새로운 변화의 모색이며, 하나의 큰 변곡점이 아닐 수 없다. 인트로메딕의 내부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지난 4월 경영진에 변화가 있었다. 브라이언 김 대표(57)를 외부에서 영입, 기존 심한보 대표(54)와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김 대표는 지난 20년간 Pharmacia (현 화이자), 엘러간, Tanox(현 제넨텍) 등 다국적제약사에서, 그리고 셀트리온에서 바이오의약품 R&D 및 QC(Quality/Compliance)부문의 임원으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인트로메딕이 제2형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들고 나온 것은 김 대표의 영입과 관련이 있었다. 심 대표는 ”의료기기와 신약은 툴이 다를 뿐 인체를 대상으로 하고, 그 진단이나 치료를 시험을 통해 검증한 뒤에 허가기관의 승인을 받는다는 맥락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며 “J&J 등 다국적 헬스케어 기업들도 기기와 신약부문을 모두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트로메딕은 올해 하반기에 대한 기대를 갖고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의료기기 부문에서는 오랜 숙제였던 캡슐형 대장용 내시경을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며, 바이오 신약부문에서는 제2형 당뇨병치료제 후보물질 ‘BHD-1028’에 대한 동물실험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제 2형 당뇨병 치료제, 아디포넥틴 기반의 펩타이드 개발
김 대표는 “평소 당뇨 외상증에 관심이 많아 당뇨병 기전에 관한 연구를 해오다가 제2형 당뇨병증의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새로운 대사물질과 신호전달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추진하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BHD-1028은 지방에서 분비되는 아디포넥틴 기반의 펩타이드 물질이다. 아디포넥틴은 지방에 있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이 출시해 호평을 받고 있는 GLP-1 (Glucagon-like peptide-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과는 작용기전이 다르다.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과 글루카곤 분비량을 조절하는 혈당 감소호르몬으로서 포도당 농도에 따라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드물지만 췌장세포 손상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GLP-1계열의 당뇨치료제는 트루리시티(릴리), 이페르잔(GSK), 빅토자펜 (노보노디스크)등이 있다.
아디포넥틴(Adioponecetin)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세포 내의 당이나 지질의 대사를 촉진시켜 항당뇨병, 항대사증후군 작용을 한다. 아디포넥틴 호르몬이 수용체에 달라붙으면 신호전달에 의해 AMPK에 의한 당대사가 시작되면서 근육에 의한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준다. 이를 통해 정상인에 비해 인슐린 감수성이 낮은 제2형 당뇨병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
2011년 템플대학교 Eva Surmacz 교수가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아디포넥틴 유사체인 ADP 355는 아디포넥틴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신호전달 경로를 조절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연구논문은 아디포넥틴 유사체 ADP355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적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다만 신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물과 결합하는 세포막 수용체에 따라 약물의 구조를 디자인해야 하는데 수용체의 구조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운 좋게도 지난해 일본 연구진이 아디포넥틴 수용체의 3차원 구조를 밝혀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화학연구소(RIKEN)는 지난 2015년 아디포넥틴 수용체의 입체 구조는 아디포넥틴이 결합할 수 있도록 텅 빈 구멍(바인딩 포켓)에 아연 이온이 결합하는데, 아연 이온에 작용하는 아미노산 잔기(곁사슬)가 아디포넥신 수용체 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전문 연구팀에 의뢰해 아디포넥틴이 수용체의 바인딩포켓에 잘 들어가도록 아미노산 15개로 구성된 펩타이드 구조를 디자인했다. 가장 효과가 좋은 후보물질 3개로 범위를 좁혀 안전성과 약물전달 지속시간이 우수한 약물 후보군을 선별했다.
인트로메딕은 연구 결과를 참고해 부작용 요소를 제거하고 동물시험으로 독성, 안전성 평가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밖에도 후보군의 일부는 구조를 변형해 비만치료제에 적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비만과 당뇨는 서로 연관성이 높다"며 "아직 펩타이드 형태의 비만치료제는 없기 때문에 개발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먹는 의료기기, 일회용 캡슐형 내시경
인트로메딕의 주력 상품은 일회용 캡슐형 소장내시경, ‘미로캠’이다. 미로캠은 길이 24mm, 지름 11mm의 캡슐 형태다. 입으로 삼키면 식도, 십이지장, 소장 벽을 타고 내려가면서 출혈이나 염증, 종양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송신 장치를 통해 1초당 3매의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휴대폰 크기의 수신기에 저장된다. 수신기에 저장된 영상을 의료진이 보고 판독하게 된다.
특히 그동안 '숨겨진 장기'로 알려져있던 소장에 대해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대표는 “소장은 영양분의 흡수와 면역기능에 관여하기 때문에 중요한 장기로 인식되고 있는데 미로캠은 평소 진단하기 힘든 소장의 출혈이나 궤양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초소형 내시경이지만 그 이력은 짧지 않다. 1990년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의 캡슐형 내시경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2003년 시제품으로 탄생했다. 1년 뒤 인트로메딕에 기술을 이전하면서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수출판매(75억 9000만원)를 포함해 79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심 대표는 “현재 전세계 캡슐형내시경 시장의 90%이상은 기븐이미징과 올림푸스가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며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 캡슐형 내시경을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사용이 불편하고 교차 감염, 장천공 등의 위험이 있는 기존 대장내시경을 교체할 수 있는 캡슐형 대장내시경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왔다"며 "대장의 형태나 크기가 소장과는 다르기 때문에 여러가지 추가적인 기술과 연구가 필요했다"고 소개했다. 인트로메딕은 올해 4분기에 경쟁 제품의 해상도나 완성도를 보완한 캡슐형 대장내시경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