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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중외, 2代에 걸쳐 영그는 ‘韓日 합작 혁신신약 개발 꿈’
입력 2016-09-22 07:34 수정 2016-09-22 08:52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의 역량을 모은 한국발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어보겠습니다.”(이경하 JW그룹 회장)
이경하 JW그룹 회장(53)이 일본 쥬가이제약과의 합작 바이오벤처 C&C신약연구소를 새로운 성공 모델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을 내비쳤다. 아버지 아이디어로 탄생한 한일 최초의 바이오벤처를 대를 이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C&C신약연구소는 지난 1992년 JW중외제약과 일본 쥬가이제약이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 전문 바이오벤처다. 국적이 다른 제약사가 신약개발만을 목적으로 공동 투자해 설립한 연구법인은 C&C신약연구소가 유일하다. 쥬가이제약은 연 매출 5조원 가량을 올리는 일본 4위 제약사다. 일본에서 항체의약품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평가된다.
21일 C&C신약연구소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24년간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동안 총 1200여억원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탐색 연구를 진행하고 연구 노하우를 축적한 결과 혁신 신약 2종을 최종 개발 과제로 선정하고 내년 중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C&C신약연구소가 개발에 착수하는 신약은 기존에 치료제가 없는 혁신 신약(First-in-class)으로 아토피를 치료하는 면역질환치료제와 유방암을 타깃으로 한 표적항암제다.
사실 C&C신약연구소는 설립된 지 24년이 지났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 성과를 JW중외제약과 쥬가이제약에 기술 이전해 마일스톤을 지급받거나 양사가 주문하는 계약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7억59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수많은 바이오벤처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C&C신약연구소는 설립 초기에는 의약품 합성기술을 기반으로 개량형신약(Best-in-class) 연구를 매진했다. 현재 임상2상시험이 진행 중인 통풍치료제가 대표적인 성과다. 2007년부터 독자적으로 탐색 연구를 시작해 이번에 개발 과제로 선정한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이경하 회장은 “양사(JW중외제약과 쥬가이제악)가 1992년에 벤처를 설립한 이후 24년이 지났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혁신신약 만드는 기술 플랫폼을 만드는데 들어간 시간이다”고 소개했다.
‘코어 테크놀로지 플랫폼(Core Technology platform)'이라는 독창적인 신약개발 기술이 C&C신약연구소 24년의 성과다. 이 기술은 △유전체 DB(한국인 암환자 유래 세포주 120종을 포함한 총 300여종의 고형암, 혈액암세포주 등 생물정보) △화학 DB(자체 개발 분자 설계 프로그램) △화합물 DB(신약물질 라이브러리) △바이오 뱅크(생체 조직, 암세포, 줄기세포) 등을 기반으로 한다. 24년 동안 자체 기술로 구축한 방대한 규모의 DB와 독자 개발한 약물설계 프로그램을 활용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약물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번에 개발에 착수한 표적항암제의 경우 호르몬수용체와 HER2 유전자가 모두 음성인 삼중음성 유방암을 타깃으로 하는데, 전체 유방암 환자의 25~30%를 차지한다. C&C신약연구소는 이들 환자들에 필요한 단백질이 무엇인지 바이오DB를 통해 도출했고 화학 DB를 활용해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이 회장은 “그간의 연구과정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테크놀로지 플랫폼을 구축해 세계적인 바이오벤처로 성장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양사의 두터운 신뢰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의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이 C&C신약연구소의 연구 성과에 남다른 애착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아버지 이종호 명예회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경하 회장은 이종호 회장의 장남이자 JW중외제약의 창업주 고 이기석 사장의 손자다.
JW중외제약은 창립때부터 쥬가이제약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에 사무소를 설치했던 일본 쥬가이제약이 패전 후 중외제약 창업주인 고 이기석 사장에게 사무소를 매각하면서 이름도 그대로 사용했다. 지난 1945년 회사 설립 때부터 사용해온 `중외(中外)`라는 명칭을 일본어로 읽으면 `쥬가이`와 발음이 같다.
C&C신약연구소는 지난 1989년 이종호 회장이 제주도에서 나가야마 오사무 쥬가이제약을 만나 논의 시작하면서 설립이 추진됐다. 이 회장은 “그때 두 분이 한국의 인재와 쥬가이제약의 신약개발 노하우를 합쳐서 한국에서 신약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로 바이오벤처 설립에 합의했다. 그때만해도 한국에서 신약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없었을 때다”고 했다.
C&C신약연구소는 지난 24년 동안 묵묵히 연구를 지속한 결과 독자적인 신약개발 기술을 완성하는데 성공했고, 아버지의 아이디어가 아들 세대에서 현실화 단계에 근접한 셈이다.
C&C신약연구소는 이 회장의 'R&D리더십'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지난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시작했다. 당시 이종호 회장은 JW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며 50여년간의 2세 경영을 마무리했다. 이경하 회장이 JW중외그룹에 입사한지 29년만에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홀로 경영'을 개시한 셈이다. 그는 성균관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1986년 JW중외제약에 입사했다.
이후 지역 영업담당부터 마케팅·개발·연구 등 다양한 부서에서 경영수업을 받았고 특히 C&C신약연구소를 총괄 지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01년 JW중외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고 2007년 지주회사 JW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C&C신약연구소는 JW그룹의 핵심 미래 성장동력의 산실로도 평가받는다. JW중외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에서도 가장 먼저 신약개발에 뛰어든 업체 중 하나다. 지난 1999년 국산신약 4호 ‘큐록신’을 개발했고 2011년 자체개발 두 번째 신약 ‘제피드’도 배출했다. 그러나 이들 신약 제품들은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JW중외제약은 2개의 신약 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약을 개발 중이다.
현재 JW중외제약은 혁신신약으로 평가받는 표적항암제 ‘CWP291’의 임상1상시험을 최근 완료하며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한 상태다. 오는 9월 임상결과가 발표되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JW중외제약, JW크레아젠, JW생명과학 등 자회사나 계열사별 맞춤형 R&D를 통해 그룹 전체의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장은 “JW중외제약의 신약연구센터가 저분자화합물을 활용한 다양한 신약을 개발 중이며 바이오 분야에서는 JW크레아젠이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JW생명과학은 고부가가치 수액제 연구를 진행하며 계열사별로 특정 분야를 중점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국제적인 협력으로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이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글로벌 수준의 연구력 확보한만큼 한국발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