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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 L/O 성과" KDDF, 韓바이오 '성장생태계' 구축
입력 2025-12-29 09:13 수정 2025-12-29 11:47
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이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에 걸친 1단계 사업을 통해 기술이전 계약규모 약 15조9401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이중 실제로 업프론트(upfront)로 받은 계약금만 3302억원에 달한다. KDDF가 선정해 지원한 신약개발 과제들이 단순히 연구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제 시장에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대표적 증거이다.
이같은 기술이전 성과 외에도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목표는 96%의 달성율을 보였으며, 기술이전 규모 등 질적인 부분에서도 주목할만한 성과를 올렸다. 여기에 알테오젠(Alteogen)의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 기술이 적용된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의 신약승인 사례까지 더해지며,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단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KDDF는 2021년부터 10년간 신약개발 전주기 단계를 지원하는 범부처 R&D사업으로, 2026년부터는 2단계(2026~2030)에 진입하게 된다. 바이오스펙테이터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진행한 '2025 국가신약개발사업(KDDF) 우수과제 발표회 자리에서 1단계 사업을 마치고 2단계 진입을 앞둔 R&D사업본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전복환 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R&D사업본부는 사업화지원팀, 대외협력팀, 사업화추진팀으로 구성돼 있다.
바이오스펙테이터는 이 자리에서 KDDF가 1단계 기간동안 이뤄낸 성과를 확인했으며, 포트폴리오 기업과 글로벌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1단계 KDDF 운영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KDDF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들을 수 있었다.
본부 관계자들은 KDDF가 단순한 펀딩기관을 넘어서 각 선정과제가 신약개발 과정에서 마주하는 어려운 지점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각 과제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주기 지원'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집중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단순한 정책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기업들이 현장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병목구간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다짐이다.
1단계 성과..‘실행단계’ 진입하는 韓바이오
KDDF는 지난 5년동안 1단계 사업을 통해 약 550여 개의 신약개발 과제를 지원했으며, 이 기간동안 창출한 성과는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기술이전, 희귀의약품 지정, 신약승인 등을 포함해 총 131건에 달했다.
임상단계 진입을 의미하는 IND 승인 성과는 96%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이는 KDDF 지원과제 중 임상단계 진입을 목표로 설정한 과제 대부분이 실제 IND 승인으로 이어졌다는 의미이다. KDDF 선정과제의 실행단계로의 진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술이전 목표달성 성과도 주목할만하다. 국내 기술이전은 100% 달성률, 글로벌 기술이전 역시 계약규모 기준으로 200억원 이상 100%, 1000억원 이상 100% 달성률을 기록했다. 단순히 계약 건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의미있는 규모의 글로벌 기술이전 딜이 성사됐다.
해외 전용실시권 계약이 19건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했는데, 이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 사업권을 인정받는 형태의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기술의 경쟁력과 신뢰도가 점차 검증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희귀의약품 분야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희귀의약품 지정 목표 과제의 경우 100% 달성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규제환경에서 전략적 가치를 갖는 파이프라인들이 실제 성과로 연결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본 1단계 사업성과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이러한 성과가 더욱 명확해진다. 글로벌 기술이전 분야에서는 넥스아이(NexI),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LigaChem Biosciences), 소바젠(Sovargen), 아이엠바이오로직스(IMBiologics), 에이비온(Abion), 에임드바이오(Aimed Bio) 등이 대표적인 성과 기업으로 꼽힌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IMB-101)는 해외 제약사 2곳과의 계약으로 이어지는 큰 성과를 냈다. ADC 분야에서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TROP2 타깃 ADC 후보물질, 에이비온의 항체 치료제가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올렸다. 2025년 하반기에는 에임드바이오의 ADC 후보물질이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과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임상단계 진입 성과로는 인벤테라(Inventera)를 비롯해 다수의 과제가 IND 승인을 통해 개발단계 전환에 성공했다. 퓨쳐켐(FutureChem) 역시 국내 임상단계 진입 성과를 통해 후기 개발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글로벌 규제승인 측면에서는 알테오젠(Alteogen) 사례가 상징적이다. 알테오젠의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 기술이 적용된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으로 이어졌으며, 업계에서는 이 사례를 국내 바이오 기술이 글로벌 빅파마의 핵심 제품 가치사슬에 결합해 최종 규제승인까지 마친 대표적 레퍼런스로 평가하고 있다.

▲박영민 KDDF 단장
단순한 펀딩 넘어, ‘될 수 있게 지원하는’ 기관
KDDF가 1단계 사업기간동안 선정한 과제는 약 550여건으로, 개별 과제기준으로 보면 신약개발 전 과정을 충분히 커버하기에는 결코 넉넉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재원이다. 그럼에도 KDDF는 단순한 연구비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신약개발 과정에서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지원구조를 지속적으로 확장·발전시키는데 노력해왔다.
KDDF의 접근은 R&D 단계의 전략 수립에서부터 CMC, 나아가 글로벌 기술이전과 사업개발(BD)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기업이 가장 취약해지는 지점에서 이를 지원사업으로 연결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단순히 '과제를 선정해 자금을 지급하는 기관'이 아니라, 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하는 관계로 나아가고자 했다.
전복환 본부장은 "신약개발의 특성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KDDF는 성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며 "기업들이 더 잘 준비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략 수립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으며, 글로벌 파트너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KDDF가 지향하는 정체성은 단순한 자금지원 기관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면서 기업의 성장과정에 동행하는 ‘파트너’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전주기 지원 ‘현실적인 구조’로 바꾸다
KDDF의 사업화 지원은 정책적인 구호가 아닌 실제 현실에서 가동되는 지원구조로 실체화하는데 포커스했다. 개별 과제의 성과달성이라는 목표를 넘어, 기업의 성장흐름에 맞춰 필요한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줌으로써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 전반의 체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김주연 사업화지원팀장은 "KDDF가 구축해온 전주기 지원전략은 타깃 발굴과 검증, 히트 도출, 후보물질 최적화, 임상진입, 허가 및 시장진입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긴 개발과정에서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공백을 △컨설팅 △기술사업화 △파트너링 △교육이라는 4개의 축으로 보완하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컨설팅 측면에서는 임상·허가 단계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개발전략 자문, 규제 대응전략, CMC 방향성 설정 등을 중심으로 기업의 리스크를 낮추는 데 집중했다. 기술사업화 측면에서는 약물가치평가와 기술금융 연계를 통해 자산의 가치를 글로벌 투자자와 파트너가 이해할 수 있는 ‘딜의 언어’로 전환하고, 특허 및 사업화 전략의 정합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했다.
파트너링 측면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자와의 실질적인 접점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단순한 행사나 네트워킹을 넘어, 실제 협업과 기술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 소개, 1:1 미팅, 후속 논의까지 염두에 둔 행사를 마련했다. 교육측면에서는 규제(RA), 사업개발(BD), CMC 등 기업 내부에 축적되기 어려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실무 중심의 교육과 워크숍을 통해 사람과 조직의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박영민 KDDF 단장은 "지난 5년간의 1단계 사업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주관연구개발기관들이 신약개발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인 난관을 함께 해결하기 위한 지원체계를 만들어 온 단계였으며, 그 결과가 기술이전과 임상 진입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며 "2단계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기업과 더욱 긴밀하게 호흡하며 실질적인 동반자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 듣고, 2단계 사업 준비하다
KDDF는 1단계 운영과정에서 포트폴리오 기업과 글로벌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수집했다. 이를 통해 국내 신약개발 기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지원 기관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더 가까운 곳에서, 더 실질적인 지원을 원하고 있으며, 글로벌 파트너들 역시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준비된 파이프라인과의 실질적인 접점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KDDF가 단순한 중개자 역할을 넘어, 기업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KDDF는 2단계 사업에서는 기업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는 운영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박 단장은 "KDDF가 기업의 성장과정에 보다 밀착해 함께 방향을 고민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기관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KDDF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국내 신약개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생태계 안에서 기업, 글로벌 파트너, 그리고 지원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하며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KDDF 사업화지원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