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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김성진 부회장 "원천기술 바탕, 성공스토리 써야"

입력 2018-01-03 07:24 수정 2019-07-02 12:57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김성진 테라젠이텍스 부회장, "'게놈 기반 드럭 디스커버리'로 혁신신약에 도전"...테라젠이텍스·메드팩토·일본 CPM 통해 정밀의학 구체화.."기초연구·원천기술이 경쟁력"

"원천기술이 결국 경쟁력입니다. 우리는 '게놈 기반 드럭 디스커버리(Genome based drug discovery)'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 신약 개발을 위해 도전합니다. 유전체 연구를 통해 나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신약 타깃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김성진 테라젠이텍스 총괄 부회장은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맞아 바이오스펙테이터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신약개발, 유전체 산업의 미래이자 테라젠이텍스의 지향으로 '게놈 기반 드럭 디스커버리'를 꼽았다. 동반진단, 바이오마커 등을 통해 맞춤형 치료에 다가가는 신약개발 산업과 각종 정보가 축적되는 유전체 산업의 접점에 이러한 트렌드가 있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이 창업한 테라젠이텍스는 유전체 연구를 담당하는 바이오연구소, 신약개발 기업 메드팩토, 일본에 설립한 정밀의학 합작회사 CPM(Cancer Precision Medicine Inc.)을 통해 이러한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테라젠이텍스의 첫번째 게놈 기반 드럭 디스커버리는 메드팩토가 개발하는 TGF-β 억제제(TEW-7197)다. TEW-7197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골수이형성증후군(MSD), 간암(HCC)을 적응증으로 희귀의약품으로 선정돼 현재 임상 2상이 진행중이다. 일라이 릴리, 악셀레론(Acceleron) 등이 같은 타깃으로 신약을 개발 중인 경쟁자다.

특히 메드팩토의 TGF-β 억제제는 최근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 후보물질로 주목받는다. 암 세포가 TGF-β를 분비해 키트루다, 옵디보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을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김 부회장은 "이미 미국에서는 병원 연구소 등과 TGF-β 억제제와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중국 면역항암제 개발 회사에도 병용요법 연구에 대한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1990년대 초 미 국립보건원(NIH) 소속으로 정상세포의 증식을 방해하는 세포 구성물질인 'TGF-β'가 손상되거나 돌연변이로 변하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TGF-β는 네이처가 최근 뽑은 연구가 활발한 톱 유전자 10개 중 7번째로도 선정됐다.

김 부회장의 20여년 간의 TGF-β에 대한 연구는 메드팩토 TEW-7197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 부회장은 "게놈 기반 의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전체에 대한 기초연구가 중요하다"면서 "(기초과학의 연구가 충실해야) 문제가 나타나도 그 히스토리를 쉽게 유추해 대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테라젠이텍스는 최근 새로운 도전이 될 유전자 타깃을 발굴했다. 난치성 암인 삼중음성 유방암의 암 형성과 전이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 'BAG2'를 발견해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관련 논문을 공개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동물실험을 통해 BAG2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면 삼중음성 유방암세포의 성장과 폐로의 전이가 제어됨을 확인했다. BAG2 유전자는 단백질 분해 효소 ‘cathepsin B’와의 상호작용하는데 혈중 BAG2 단백질의 양이 높고, BAG2가 과발현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율은 BAG2 저발현 환자들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김 부회장은 “향후 1년 안에 BAG2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혁신적인 신약 및 진단 기술을 전임상으로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삼중음성 유방암의 암 형성 및 전이에 대한 BAG2 단백질의 작용기전. 테라젠이텍스 제공.

▲삼중음성 유방암의 암 형성 및 전이에 대한 BAG2 단백질의 작용기전. 테라젠이텍스 제공.

테라젠이텍스는 지난해 일본 신약개발 기업 OTS(OncoTherapy Science Inc.)와 합작회사 CPM(Cancer Precision Medicine Inc.)을 설립했다. OTS는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 중 가장 잘 알려진 APC, BRCA, p53 등 종양 유전자를 최초로 밝힌 나카무라 유스케 시카고대 교수가 리더십을 갖고 있는 회사다.

CPM은 유전체(Genomic), 진단(Diagnosis) 및 치료(Therapeutics)를 모두 고려해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정밀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른 맞춤형 암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암 환자별 암 유전체 분석, 액체생검 기술을 이용한 조기 진단(early dectection), 암 환자 특이적 신항원 발굴, 신항원에 공격력을 갖는 자가면역계 활성용 암 백신 개발까지 이어진다. 회사측은 이르면 오는 2월부터 일본 병원과 연계해 유전체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 항암 치료 및 재발방지 관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암 환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적절한 임상과 연결시키고 암 백신을 통해 치료하며 액체생검을 통해 재발 모니터링도 진행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면서 "일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후 다른 국가로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테라젠이텍스의 지향처럼 신약개발의 흐름 역시 유전체 기반의 타깃 치료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유전체 신규 타깃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내는 원천기술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하지만 "전세계적인 연구로 5~10년 후면 (유전체 타깃)이 없어질 수도 있다"면서 발빠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테라젠이텍스에서는) 현재 10여개의 새로운 유전자를 연구하고 있어 조만간 결과물이 나오게 될 것"이라면서 "이 타깃을 바탕으로 신약개발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10여년전 안정된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척박한 국내 신약개발 현장에 발을 디뎠다. 그는 성공적인 신약개발, 바이오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기초과학, 원천기술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투자방향이 바뀌는 환경에서는 연구자들이 오랜 시간을 두고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초과학보다는 과학계에서 유행하는 트렌드에 따라 연구비가 쏠리는 현 시스템으로는 경쟁력있는 기술이 나이고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연구소장의 미션은 회사 수익 증대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신약 원천기술 개발에는 게을리했다"고 꼬집었다.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일어나지 않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도 저해 요소다. 전임상에서도 큰 회사로부터 투자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신약개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후반기 임상에서 문제가 되는 많은 약물들은 부족한 기초연구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국내 게임업체들이 수조원대 시총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회사만의 '자기 것(원천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면서 "바이오산업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그런 성공스토리를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