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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만성통증' 잡는 新색전술 개발, 확산 추진
입력 2020-01-07 09:48 수정 2020-10-14 11:07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은 통증 유발과 관련한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차단함으로써 통증을 감소시키는 치료법으로 해외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안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치료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색전물질을 적용함으로써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을 의료현장에 확산하려 합니다."
국내 의료진이 난치성 근골격계 만성통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도전장을 냈다. 박상우 건국대병원 교수(영상의학과, 팔다리혈관센터장) 연구팀이 그 주인공이다. 일본에서 시작해 미국, 유럽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의 안전성과 효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
기존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에 새로운 색전물질을 적용하는 임상은 마무리단계로 연구성과가 정리되는대로 국내 의료기관 확산을 위해 필수적인 신의료기술 인증 절차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대안이 없는 만성통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新치료법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은 말 그대로 색전술을 통해 퇴행성 관절염,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테니스엘보(외측 상과염) 등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에서 오는 만성통증을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색전술은 색전물질을 이용해 특정 병변(종양 등)에 영양이나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다. 카테타로 혈관을 막는 색전물질을 주입해 종양 등을 괴사시킴으로써 치료효과를 낸다. 대표적인 것이 간세포암종의 치료를 위해 시행하는 간동맥화학색전술이다. 하지만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색전술을 근골격계 만성통증 치료법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과 몇년전부터 대두된 새로운 접근법이다.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의 시작은 일본 의사인 오쿠노 유지(Okuno Yuji)로부터 출발했다. 그는 오래된 근골격계 만성통증 부위에는 신생 혈관들이 생겨나고 그 혈관 주위에 새로운 신경이 분포하면서 통증을 유발한다는 이론에 주목했다. 실제로 2000년대 중후반 이러한 비정상 혈관을 혈관강화제로 차단해 통증을 감소시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색전술을 근골격계 만성통증에 적용해 비정상적인 혈관을 막는 시도를 했고 이를 통한 치료효과를 국제학술지 등에 발표하면서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이후 미국, 유럽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연구가 진행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박상우 건국대병원 교수 등이 최초로 도입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 교수는 "퇴행성 관절염 등은 염증 주위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나타나고 그 혈관이 주변 비정상적인 신경에 영양분을 공급함으로써 통증을 유발한다"면서 "색전술을 통해 비정상적인 혈관을 차단함으로써 만성통증을 제어하는 것이 이 치료법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석회화건염과 테니스 엘보, 오십견 등으로 어깨·팔꿈치에 통증이 있는 환자 중 기존의 약물 복용, 주사·수술 치료를 받기 어렵거나 별 효과가 없던 환자에게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을 시행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박 교수는 어깨(6명)와 팔꿈치(7명)에 통증이 있는 환자 13명(15개 케이스)을 대상으로 색전술을 시행한 뒤 시술 1일·1주일·1개월·4개월 후의 통증평가지수(VAS)를 측정했다.
VAS는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통증의 정도(0~10점)를 말하는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심한 통증을 의미한다. 그 결과 15케이스 중 12케이스에서 통증 지수가 낮아짐을 확인했다. 통증 지수는 시술 전 평균 6.1에서 시술 1일 후 5.8, 1주일 후 5.1, 1개월 후 4.3, 4개월 후 2.5까지 낮아졌다. 이 연구결과는 2018년 인터벤션 영상의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북미 인터벤션 영상의학회학술지(JVIR)’에 실렸다.
◇新색전물질로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 업그레이드
하지만 오쿠노 유지의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혈관을 차단하는 색전물질로 특정 '항생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항생제는 인체 주입에 따른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선진국에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하게 관리하는 물질이어서 사용에 제한이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다른 색전물질을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이 치료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은 차단하지만 정상적인 혈관은 제 기능을 할 수도 있도록 해야 한다. 적정 시간 동안만 차단 효과를 발휘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만 괴사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색전물질은 길게는 영구히 짧게는 수주 동안 몸에 남아 있어 1~2일 이내 분해돼야 하는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의 물질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 교수팀은 기존 물질의 단점을 해소한 새로운 색전물질을 개발해 검증했다. 박 교수는 "FDA에서 승인받은 안전한 물질로 48시간 이내에 체내에서 완전히 분해하는 색전물질"이라면서 "현재 30여명을 대상으로 이 색전물질을 활용해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지난달 건국대에서 열린 APECS(Advances in Peripheral EndovasCular Strategies) 학회에서 의료진 200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색전물질을 적용한 만성통증 색전술의 라이브 시연도 진행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신의료기술 인증이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인정받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박 교수는 "연구결과를 취합하고 논문 등을 발표해 2021년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만성통증 질환들은 다양한 비수술, 수술요법을 통해 치료를 시도하지만 현재까지도 완벽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은 만성 통증 환자의 80% 정도에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1회 시술로 통증이 없어지는데 즉각적으로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서서히 지속적으로 통증이 감소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은 전신마취 없이 짧은 시간에(1시간 이내) 시술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통증이 재발할 경우 재시술도 가능하다.
박 교수는 다만 "이 색전술로 모든 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치료방법으로 택한 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고려하는 이차적 시술"이라면서 "환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근골격계 만성통증 색전술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등 관련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