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본문
올무티닙 개발중단 몰고온 '중증피부이상반응(SCAR)'이란?
입력 2016-10-02 22:14 수정 2016-10-02 22:14
J. Ryang 객원기자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으로부터 사들인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개발을 중도에 포기하고 권리를 한미에 반환하게 만든 ‘중증피부이상반응’은 어떤 부작용일까? 어떤 심각한 부작용이기에 베링거인겔하임은 이미 한미약품에 계약금과 마일스톤으로 6500만달러(715억원)를 지불하고도 ‘개발 포기’를 결정한 것일까?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올무티닙의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중증 이상반응은 730여명의 환자 중 ‘독성표피괴사용해(TEN)’ 2건과 스티븐존슨증후군(SJS)’ 1건이며, 이중 올무티닙과 관련된 것을 밝혀진 사망은 1건(TEN)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TEN 1건은 회복했으며, 또 다른 사망환자(SJS) 1명은 질병 진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올무티닙으로 치료 혜택을 받는 환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추가로 어떤 안전조치가 더 필요한지 관계당국과 협조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올무티닙은 국내에서 ‘올리타’라는 이름으로 판매중이다. 식약처는 이와 관련, 신규 환자에 올리타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이미 사용 중인 환자는 의료인 판단 하에 신중하게 투여하도록 권고했다. 임상시험에 참여중인 환자에게는 의료인이 관련 정보를 충분히 설명한 후 환자 재동의를 거쳐 신중하게 사용토록 조치했다.
중증피부이상반응(SCAR, Severe cutaneous adverse drug reactions)에 대하여
중증피부이상반응은 약물의 투여로 생기는 부작용의 하나이다. 치료, 진단, 예방을 위해 약물을 적절한 투여경로와 적절한 용량으로 투여했을 경우 생기는, 예상하기 어려운 유해반응의 일종이다. 표면적으로는 피부박리가 일어나고 신체 내부적으로는 면역세포의 침윤으로 장기 손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해당 이상반응은 치명률(fatality rate)이 매우 높다.
임상 양상에 따라 ‘스티븐존슨 증후군(SJS, Steven Johnsons Syndrome)’, ‘독성표피괴사용해(TEN, Toxic epidermal necrolysis)’, ‘약물과민반응 증후군(DRESS, Drug rash with eosinophilia and systemic symptoms)’으로 구분할 수 있다.
SJS, SJS-TEN, TEN
대부분 약물에 의해 발생하고, 급성으로 나타나는 심한 피부 점막 반응이다. 홍반성의 반점으로 시작하여 융합되어 수포가 형성되고 광범위한 피부 박리가 일어나며, 점막을 침범한다. 이 때 전신증상이나 내부 장기의 침범이 동반된다. 표피 박리가 체 표면적의 10% 미만인 경우 SJS로, 10-29%인 경우 SJS-TEN으로, 30%이상인 경우 TEN으로 분류한다.
국내에서 연구된 자료에 따르면 SJS환자의 사망률은 4.58%, SJS-TEN은 14.29%, TEN은 25.53%로 피부박리 환부 비율이 높은 환자일수록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러한 질병에서 회복된다고 해도 생존자의 50%이상에서 각막 손상, 결막 협착, 회음부 협착, 모세기관지염, 탈모, 피부 흉터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 해당 증후군은 환자의 생명을 크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급격히 낮춘다.
반응의 초기단계에서는 권태감, 발열, 눈과 목의 불편감 등으로, 감기로 오진하여 이상반응을 야기하는 약물을 의심없이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또한 큰 위험요소이다. SJS/TEN환자에서는 피부 병변에서 CD4+림프구와 CD8+림프구의 침윤이 관찰되며, CD8+림프구가 내뿜는 perforin과 granzyme B와 같은 물질이 각질세포 괴사와 세포자멸사를 일으켜 표피를 박리시킨다.
(*CD4+림프구 = 보조 T세포, TH세포라고도 부른다. CD8 세포독성 T세포에 신호를 보내 감염성 입자를 없애도록 ‘보조’한다. *CD8+림프구 = 세포독성 T세포, Tc세포라고도 부른다. 외부물질에 감염된 세포, 암세포, 외부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한다.)
DRESS
DRESS의 E자는 호산구증가증(Eosinophilia)을 의미한다. 호산구 증가가 특징적이며, 피부발진과 더불어 내부장기 침범소견, 림프절 병증, 고열 등 전신반응이 함께 나타나는 지연형 약물과민반응이다. DRESS가 SJS/TEN과 다른 점은 약물 복용 후 상대적으로 늦게 약물과민반응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또한 약물을 중단하는 시점에 급성경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며, 나중에 다시 악화되어 증상이 찾아오는 사례가 자주 관찰되며 인간 헤르페스바이러스(HHV, Human herpes virus), 거대세포바이러스(CMV, Cytomegalovirus), 앱스테인바 바이러스(EBV, Epstein-Barr virus) 잠복 감염의 재활성화와도 관련이 깊다.
이 환자들의 피부발진은 일반적인 약발진에서 흔히 관찰되는 가려움증을 동반한 반구진성 발진 양상으로 나타나며, 진행하며 반구진이 융합하면서 홍피증화 된다. 발진은 얼굴과, 체간부 그리고 다리에 흔히 발생하고 압력을 받는 아래쪽 부위에 심화되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사망률은 5.45%정도로 보고되었다.
일반적으로 SJS/TEN은 원인약제 복용을 중단하면 호전되지만, DRESS의 경우 약제 중단 시 더욱 악화되는 경과를 보이며 적지 않은 환자들은 만성적으로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DRESS는 제 2형 조력림프구(type 2 helper T cell)가 주 원인으로, 호산구의 유입증가와 잠복감염 바이러스들의 재활성화 및 면역반응을 야기한다.
(*type 2 helper T cell = Th2세포라고 부른다. CD4+ T세포 중 자극에 의해 인터루킨(IL)4, 5, 6, 13등을 분비하여 항체생산과 관련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중증피부이상반응에 대한 연구
중증피부이상반응의 발생률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헤외에서 진행된 임상연구에 따르면, 일반인에 대해 연간 발생률이 1~4/100만명으로, 입원환자에 대해 프랑스 0.04%, 멕시코 0.13%의 발병률이 관찰되었다. 국내 SCAR registry에서 확인된 주요 원인약물은 아래 표와 같다. 원인 약물은 단일 약제로는 항 경련제 카바마제핀이 가장 많았다.
이전까지 SJS, TEN, DRESS와 같은 중증약물이상반응(SCAR)의 발생을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으로 분류했었다. 하지만 최근 특정 ‘조직적합항원(HLA, Human leukocyte antigen)’ 유전형질이 약물에 의한 중증피부약물이상반응 발생과 높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관련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가장 유의미한 결과를 보인 것은 HLA-B*5801과 통풍치료제 allopurinol과의 상관관계(odd ratio=97.8)였고, 이는 이 유전체가 없는 환자에 비해 HLA-B*5801 유전형을 보이는 환자에게서 allopurinol유발 SCAR가 97.8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Carbamazepine – HLA-B*1502, Methazolamide – ‘HLA-B*5901, HLA-Cw*0102’ Abacavir – HLA-B*5701처럼 약물과 대조되는 유전형에 대해 국내 및 해외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이와 같은 HLA 연관성 연구의 발단이 된 것은 ‘중국 한족’에게서 카바마제핀 복용과 HLA-B*1502에 대한 상관관계가 밝혀짐에 따른 것인데, 한족의 HLA-B*1502를 가진 환자 카바마제핀 유발 SJS/TEN의 odd ratio는 2504배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HLA-B*1502와 카바마제핀의 연관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HLA-A*3101 유전체와 연관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와 같이 국내외에서 진행된 많은 연구에서 ‘약물-유전자 대조’는 인종에 따라 상관관계가 뚜렷이 차이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해외연구사례를 국내에 온전히 적용할 수 없다.
마치며
약물유발 중증피부이상반응은 소수점의 확률로 발병률이 매우 낮지만, 이미 발병을 겪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100%의 위험을 떠안은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러한 중증피부이상반응의 후유증은 사망 혹은 심각한 삶의 질 훼손이다.
해외에서는 약물유발 유해반응 방지를 위해 발 빠르게 약물-유전체학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약물유해반응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학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해당 증후군의 약물-유전체학 연구가 촉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