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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영양성각막염(NK), 안구건조증, 그리고 'RGN-259'
입력 2016-10-18 09:27 수정 2016-10-27 13:44
J. Ryang 객원기자
지트리비앤티는 2014년 3월 RegeneRx와 신약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바이오/제약 사업에 진출하여 지금과 같이 사명을 변경하였다. 2015년에는 RegeneRx와 미국 내 합작회사 ReGenTree, LLC를 설립하고 신약 RGN-259을 개발하고 있다. RGN은 안구건조증 치료제와 신경영양성각막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데, FDA로부터 각각 2b/3상 임상시험 및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안구건조증 시장은 글로벌 3조원 이상의 시장으로 시장크기는 연평균 10% 이상의 가파른 증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존 약물의 효용에 한계가 있어, 수요자 증가를 시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경영양성각막염은 발병시 급격한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눈꺼풀을 봉합하는 외과적 시술이 치료의 전부인, 아직까지 약물치료가 불가능한 희귀질환이다. RGN-259는 이에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 희귀질환치료제(Orphan Drug)으로 지정되었다. 메지온의 Udenafil이 한쪽으로는 발기부전치료제로 사용되며, 다른 한쪽으로는 희귀질환인 폰탄치료제로 개발 중이듯 마찬가지 지트리비앤티의 RGN-259도 두가지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신경영양성각막염(Neurotrophic Keratopathy, NK)
각막은 안구 앞쪽 표면 면적의 6분의1을 차지하는 투명한 눈 조직으로, 빛의 굴절과 전달에 주요한 기능을 하며 신경이 잘 발달되어 있어 외부의 이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상적인 각막에는 혈관이 없어서 투명하며 눈물을 통해 대기에서 산소를 공급받고, 각막 뒤의 안구방수와 각막윤부에서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신경영양성각막염(Neurotrophic Keratopathy, NK)은 퇴행성 질환으로, 각막의 신경을 발달시키는 신경영양성인자의 공급결핍으로 각막의 감소된 치유력과 민감성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질병이다. 자연스레 각막은 더딘 상처회복을 보이고, 반사눈물이 감소하여 산소공급이 불가해져 손상의 악순환이 지속된다. 각막상피세포의 손상은 궤양, 감염, 각막 용해 및 천공등을 야기한다. 통증을 수반하지 않고 서서히 찾아오는 병이므로, 늦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실명’이라는 치명적 위협에 노출되기도 한다.
안구건조증(Dry Eye Syndrome, DES)
안구건조증(Dry Eye Syndrome, DES)은 여러 이유(생성부족, 과증발, 성분불균형)의 눈물부족증상으로, 안구 표면이 손상되어 자극감, 이물감, 건조감을 동반한 눈의 질환이다. 장기간 눈을 뜨고 있기 힘들고, 외출 시 바람에 의해 눈물이 줄줄 흐르는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눈물은 점액층, 수성층, 지방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상층인 지방층은 아래눈꺼풀 테두리에 위치한 지방선인 마이봄선(Meibomian gland)에서 분비되며, 수성층을 코팅하여 증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눈물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성층은 적정 수준의 산도와 염도를 가지고 눈물선에서 분비되는 액체이다. 각막 및 결막에 산소 및 영양분을 공급하며, 눈의 1차적 방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하층인 점액층은 결막의 술잔세포에서 분비되어 각막 및 결막에 눈물이 고정부착되도록 도와준다. 이 중의 한 가지 성분이라도 부족하게 되면 눈물막이 불안정해져 눈물이 쉽게 마른다. 이러한 불균형을 야기하는 원인은 다양하며, 증상은 눈물부족, 즉 안구건조로 일괄할 수 있다. 앞서 ‘신경영양성각막염’에서 언급하였듯, 눈물이 과하게 부족해지면 각막손상이 진행될 수 있고 이는 급격한 시력저하로 이어진다.
기존의 안구건조증 치료제
눈물부족현상에 대한 대증적 치료는 인공눈물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약물은 히알루론산나트륨을 주 성분으로 하는 국내 디에이치피코리아의 티어린프리 또는 삼천당제약의 하메론 등이 있다. 이는 감기가 갈렸을 때 해열진통제를 먹는 것처럼 증상에 대한 일시적 완화이자 증상으로 인한 추가적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안구건조의 원인을 제거하는 궁극적인 치료가 될 수는 없다.
안구건조증의 궁극적 치료제로 유일하게 FDA승인이 된 기존 약물은 레스타시스(Restasis eye drop, allergan)이 있었다. 레스타시스는 면역억제성분인 Cyclosporine을 성분으로 하고 있다. Cyclosporine과 같은 면역억제제는 면역을 차단하여 염증반응을 최소화 시키는 작용을 한다. 눈에서의 염증은 눈물샘에서 나오는 수성층, 정상적인 눈물의 생성을 감소시키고 질이 좋지 않은 눈물을 생성한다. 면역억제제 레스타시스는 건조각결막염과 관련된 안염증을 적응증으로 갖고 있다.
기존에는 레스타시스만이 유일하게 미국 FDA를 승인 받아 막대한 시장점유를 차지했지만, 레스타시스는 효능의 발현이 느리고(3-6개월), 효과를 보는 대상환자도 15%정도에 그치며, 점안시 작열감이 문제가 되었다. 이 때문에 휴온스 등의 기업들은 레스타시스의 제형적 한계를 극복한 나노입자 Cyclosporine개량신약을 개발하여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약물은 디쿠아포솔나트륨을 성분으로 하고 있는 디쿠아스(Diquas Eye drops, Santen)이 있다. 전보다 더 까다로워진 심사기준 때문에 이 약물은 미 식약처의 승인은 받지 못했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엘러간의 레스타시스를 뛰어넘는 판매를 보이고 있는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이 약물은 안구 표면에 있는 수용체들을 자극하여 수분, 점액, 지질 등 눈물구성물질의 방출을 유도하여 각결막 상피를 안정화시킨다. 특히 레스타시스와 구분이 되는 것은 점액/뮤신의 분비이다.
자이드라(Xiidra, Shire)는 올 7월,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두 번째 미 FDA 승인을 받은 안구건조증 치료제가 되어 화제가 되었다. 자이드라는 Integrin inhibitor에 속하는 저분자량 약물로, 백혈구 내 세포표면단백질의 일종인 림프구 기능 관련항원-1(Lymphocyte Function-associated Antigen-1, LFA-1)과 결합하여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시키는 세포간 접합분자-1(IntraCellular Adhesion Molecule1, ICAM-1)과의 상호작용을 막는 기전을 갖고 있다. 결국 이는 T림프구가 야기하는 ‘염증반응’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이드라의 임상 3상 통과는 쉽지 않았다. 3상 과정에서 목적하는 주요변수(Signs and Symptoms)에 대한 충족률이 떨어져 지난해에는 미국 승인에 실패했는데, 재통계 등의 데이터 보완작업을 거쳐 다시 승인신청을 하여 올해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자이드라가 기존의 약물인 레스타시스 또는 다쿠아스보다 뛰어난 점은 빠른 치료발현(Fast-Onset) 및 치료효능에 있다.
자이드라의 향후 매출액은 연간 1조원 이상을 넘을 것이라 추정되며, 이에 따라 레스타시스나 디쿠아스 등의 기존 약물들의 매출액은 줄어들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Thymosin beta4(Tβ4), RGN-259
Thymosin beta4(Tβ4)는 적혈구를 제외한 우리 몸 어디에서든 발견되는, 43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폴리펩타이드 물질이다. 이 물질은 세포의 분열, 이동, 분화 등과 연관되어 있고, 이 외에도 엄청나게 다양한 기전들을 통해 생체 내에서 상처회복 또는 조직재생과 관련한다.
RGN-259은 이 Tβ4의 DES(안구건조증)과 NK(신경영양성각막염)에 대한 적용이다. Tβ4는 많은 동물실험들을 통해 생리식염수 또는 기존의 안구건조증 치료제(Doxycycline, Cyclosporine)보다 각막회복활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져 해당 적응증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되기 시작되었다. 특히 이 물질은 중간이상의 심각한 안구건조증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연구되었다. 특히 해당 물질로 진행된 전임상 연구결과에서 두드러지는 각막세포재생효과를 보였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RGN-259은 생체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고, 안구건조증의 치료에 있어서도 기존 약물들과 다르게 여러 기전(multiple activities)으로 작용한다. RGN-259의 안구건조증의 궁극적인 해결, 즉 세포재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세포 이동(Cell Migration)’이다. 세포가 재생되려면 세포의 상태가 ‘비유동성 접착 상태 – Stationary Adherent Mode’에서 ‘유동성 비접착 상태 – Migrating Nonadherent Mode’로 변해야 한다. 이는 결국 세포의 결손부를 새로운 세포로 채워주는 것을 의미한다.
‘세포 이동(Cell Migration)’을 위해 Tβ4는 △Actin binding △Proteases △Laminin-332 △Stem cell recruitment △Anti-Inflammation과 관련한 기전에 모두 참여한다. 이러한 다기전작용(multiple activities)을 통해 Tβ4는 안구건조증은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중증의 질환인 신경영양성각막염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RGN-259의 임상
안구건조증은 다인성 질병이며, 약물의 임상에 있어서는 객관적 평가 변수인 징후(Sign)와 주관적 평가 변수인 증상(Symptom)과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 미 식약처는 안구건조증 약물 허가를 위해 이러한 각각의 평가 변수에 대해, 2회 이상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한 통계적 유의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트리비앤티의 RGN-259의 3상-1차 시험에서는 안구불편감 등의 증상(Symptom)에 있어 임상 2상과 같은 좋은 결과가 도출되었고, 후행분석(Retro analysis)이 진행된 징후(Sign)에 대해서는 경미한 환자를 제외한 피험자에서만 각막손상 개선 및 눈물량증가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3상-2차 시험에서는 징후(Sign)에 대해 반복적인 유효성이 입증되면, 약물의 미 FDA승인이 조금 더 가시화될 전망이다.
RGN-259는 진행된 3상 시험에서, 이미 승인된 Xiidra 대비 효능과 부작용(투약감 등)에 대해 우월한 수준의 결과를 보였고, 특히 Xiidra를 포함한 기존 약물들에 비해 훨씬 짧은 효능발현시간(Onset Time)-2주를 보였다. 따라서 3상-2차 시험이 무난히 진행되어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Best-In-Class의 약물로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
8월 23일, 지트리비앤티는 RGN-259의 임상 개발 방향에 대한 FDA와의 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임상 3상-2차시에 진입하게 되었다.
마치며
한미약품의 올무티닙의 임상실패로 인해, 시장에서는 임상초기의 약물들 그리고 그 약물들의 기술수출에 대한 시각이 냉랭해졌다.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은, 3상 진행중의 제약사에 관심이 간다면 지트리비앤티와 RGN-259에 대해 관심을 가져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