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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용한 수호자' Treg 노벨상 "면역치료의 진화"
입력 2025-10-08 15:22 수정 2025-10-08 15:29
김석중 진에딧 최고전략책임자(CSO)
![[기고]'조용한 수호자' Treg 노벨상 "면역치료의 진화"](https://img.etoday.co.kr/pto_db/2025/10/400/20251008143648_2236103_1199_706.jpg)
▲Treg 작용 컨셉, 출처=노벨위원회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소식을 아침에 접했을 때, 놀라움과 함께 깊은 공감이 밀려왔다. 우리 회사 진에딧(GenEdit)의 슬랙 채널은 금새 뜨거워졌다. 진에딧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팀 퐁(Tim Fong) 박사는 수상자 중 한 명인 프레드 램즈델(Fred Ramsdell) 박사가 대학원 동기라는 반가운 인연을 공유했다. 이근우 대표는 GenEdit 창업 후 중요한 미국 정부 연구과제를 지원할 때 램즈델 박사에게 직접 추천서를 받았던 경험을 떠올렸다. 면역학자로의 정체성이 분명한 로드리고 모라(Rodrigo Mora) 진에딧 최고과학책임자(CSO) 박는 “노벨상이 지금까지 20번 이상 면역학 분야에 주어져 왔다”는 자부심과 함께, Foxp3 유전자의 발견에 기여한 사샤 루덴스키(Alexander ‘Sasha’ Rudensky) 박사의 업적을 조명하며, 위대한 발견 뒤에 숨어있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을 상기시켰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우리 동료들의 역사와 우리가 나아갈 미래가 연결되는 의미있는 사건으로 다가왔다.
T세포라고 하면 흔히 암세포를 파괴하는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나 면역반응의 사령관인 도움 T세포(Helper T cell)를 떠올린다. 지난 수십년 간 항체 의약품, 저분자화합물 신약, CAR-T 등은 대부분 이같은 ‘공격의 면역학’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조절T세포 (Regulatory T cell, Treg)은 그 결이 다르다. 체내 수가 절대적으로 적고, 분리와 배양 또한 극히 까다롭다. 면역계의 ‘조용한 조율자’인 Treg을 직접 겨냥하는 신약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물론 일부 면역항암제들이 종양미세환경(TME)에서 Treg에 영향을 주지만, 이는 정밀하게 Treg만을 표적하는 전략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 조용한 수호자를 치료에 활용하기 위한 접근은 여러 단계로 진화해 왔다. 가장 먼저 시도된 것은 IL-2를 낮은 용량으로 투여해 Treg을 상대적으로 더 증식시키는 방식이었다. 여러 임상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선택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이후 CAR-T 기술의 성공은 Treg에도 적용 가능한 새로운 접근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Treg에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CAR을 장착해, 염증이 발생한 조직과 세포로 정밀하게 찾아가 국소적으로 면역 관용을 유도하는 CAR-Treg 전략이 그것이다. 프레드 램즈델 박사가 과거 최고과학책임자(CSO)였고 현재는 고문으로 활동중인 소노마(Sonoma Biotherapeutics)는 이 분야의 선두 주자이며, 리제네론(Regeneron)과의 파트너십은 빅파마의 관심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는 외부에서 세포를 주입하는 대신, 인체 스스로 항원 특이적 Treg을 만들어내도록 훈련하는 접근이 가장 근본적이다. 쿠어(COUR Pharmaceuticals)는 나노입자에 항원 펩타이드를 담아 이를 구현했고, 지난 2019년 다케다(Takeda)와의 계약에 이어 2024년 로슈 제넨텍(Roche/Genentech)과 또 다른 대규모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이 전략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흥미롭게도 Treg은 질병에 따라 상반된 역할을 한다. 자가면역질환에서는 그 수를 늘려야 하지만, 종양에서는 오히려 항암면역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BMS(Bristol Myers Squibb), 로슈 등 여러 기업들은 종양에 침투한 Treg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CCR8 표적 항체를 개발중이며, 이미 수천명 규모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같은 세포를 두고 정반대의 전략이 병행된다는 사실은 Treg 생물학의 복잡성과 동시에 산업적 잠재력을 잘 보여준다.
이번 노벨상은 30년간 축적된 기초 연구가 이제 본격적으로 임상과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빠르게 발전한 mRNA 기술은 이러한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mRNA는 펩타이드보다 설계가 유연하고, 세포치료제보다 생산 및 확장성이 높으며, 기존 면역억제제보다 정밀한 조절이 가능하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은 2030년 15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원 특이적 관용 유도는 기존 면역억제제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고, 최근에는 mRNA 플랫폼을 활용한 관용백신 연구가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진에딧은 이 분야에서 자체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동시에, 2024년 로슈 제넨텍(Roche/Genentech)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그 가능성을 글로벌 무대에서 검증받고 있다.
지난 2018년 노벨상 생리의학상을 받았던 PD-1, CTLA-4 메커니즘 연구가 체내 종양을 공격하는 고유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하는 면역항암제 시대를 공식화했듯이, 2025년 Treg 연구의 노벨상 수상은 면역관용 치료가 임상개발의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Treg은 이제 기초 연구의 영역을 넘어, 자가면역질환과 종양 모두에서 임상적·산업적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면역학은 단순한 억제나 활성화를 넘어, 특정 항원과 맥락에 따라 정밀하게 균형을 조율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mRNA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