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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미리보는 2020년 바이오헬스 '정부R&D 투자'
입력 2019-10-07 11:09 수정 2019-10-07 11:09
김은정 KISTEP 생명기초사업센터장
2020년 정부R&D 예산은 10여년 만에 두 자릿 수 이상 크게 증가한 24조원으로 편성되어 국회의 최종심의를 앞두고 있다. 작년 정부R&D 예산 20조원를 달성한 이후 정부R&D 예산 증가의 방향이나 폭에 대해 관심이 컸던 가운데 전년대비 17.3% 증가는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계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해야하는 사실로 다가온다.
예산 확대의 주요 내용으로 물론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 여름 겪었던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이다. 부품·소재·장비 분야 핵심 원천기술의 자립역량 강화와 글로벌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해 관련 R&D 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확대 편성되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혁신성장 확산, 가속화를 위한 전략적인 투자이다. 혁신성장을 위한 핵심 신산업 BIG 3(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중의 하나가 바이오헬스 분야라는 점에서 2020년 바이오헬스 분야 정부R&D 예산과 사업에 대해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반도체, 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의 성장 둔화와 수출침체 등 위기를 맞으며 이들을 대신하여 수출을 주도하는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지난 5월에 발표되었다(‘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 ’19. 5. 22).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에 정부R&D 투자를 2025년까지 4조원 이상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2020년 바이오헬스 분야의 정부R&D 예산의 확대규모에 대해 기대와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 실제로 바이오헬스 분야 예산도 전년대비 15% 증가하였고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의 R&D 투자를 재정비하는 기회를 맞았다.
최근까지 바이오헬스 분야의 혁신생태계의 가장 큰 변화는 매년, 매달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VC 투자 등 민간 투자의 증가가 아닐까 한다. 그에 따라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새로 창업하는 스타트업, 벤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창업 이후 성장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 벤처들의 성공적인 자금조달 현황은 아주 흔한 뉴스가 되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헬스 분야 R&D 성과가 사업화로 연계되어 경제·사회적 가치로 창출되는 효과가 부족하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었던 바, 이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R&D 성과를 민간이 주도적으로 사업화로 이어갈 수 있는 바이오헬스 혁신의 핵심 플레이어인 스타트업, 벤처가 풍부해진 것이다. 이렇게 기술력과 혁신역량이 탄탄한 스타트업, 벤처가 다양한 경로로 EXIT하게 되면서 국내 바이오헬스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2020년을 시작으로 향후 바이오헬스 분야 정부R&D 예산은 이러한 혁신생태계의 과잉/부족 지원 영역을 조정하고 새로운 공백영역 발굴하여 현재 가장 필요한 영역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쓰일 것이다. 따라서 2020년에 새로 시작되는 특색 있는 R&D 사업의 내용이나 목적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바이오헬스 분야 정부R&D 투자는 대학, 출연연 중심의 기초연구 단계에 집중되어 있고 다른 분야에 비해 산·학·연 협력 비중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는 바이오헬스 분야 우수한 기초연구 성과를 사업화로 연계하도록 민·관 협력사업이 확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연구단계별로 부처가 역할을 나누어서 지원하던 사업방식에서 관련 부처(과기정통부, 복지부, 산업부 등)가 공동으로 펀딩하여 연구개발의 전주기를 지원하는 범부처협력 방식의 사업이 대세가 될 것이다.
오랫동안 부처간 유사중복, 협업부재 및 투자효율성 측면에서 이슈가 있었던 의료기기 분야 사업이 2020년부터 전주기를 지원하는 범부처사업으로(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 출범하게 되는 점은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의료기기 분야 외에도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바이오빅데이터구축시범사업’ 등이 범부처사업으로 신규예산을 성공적으로 확보하였다.
미래 헬스케어 패러다임으로 대표되는 정밀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R&D 투자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관련 사업이 2019년에 시작되었다. 그 중 하나인 ‘인공지능신약개발플랫폼구축’은 바이오빅데이터에 인공지능을 접목하여 신약개발의 단계를 지원하여 효율성을 제고하고자하는 탐색적인 연구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벤처의 참여가 눈길을 끌었다. 이어서 2020년도에는 정밀의료에 활용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양질의 바이오빅데이터 생산, 가공 및 활용체계 구축을 위한 사업(바이오빅데이터구축시범사업)이 신규 예산을 확보하였다.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만큼 동 사업의 향후 장기간 대규모 투자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구축 내용에 대한 산·학·연 연구자간의 합의 및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또한 구축될 바이오빅데이터가 연구개발 및 산업계 전반에 다각적으로 활용되도록 지원하는 최적의 공유·활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하겠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혁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바이오헬스 분야 신규사업이 2020년 가장 주목된다. 늘어나고 있는 민간투자와 그간 국가에서 산업체 지원을 위해 구축한 인프라(첨단의료복합단지 등)를 연계하는 R&D 사업(바이오헬스투자인프라연계형R&D사업)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이를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 혁신 씨드(Seeds)가 창업과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함으로써 혁신생태계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헬스산업이 주력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생산 장비, 핵심 원·부자재 국산화를 지원하는 신규 사업(바이오산업생산고도화기술개발사업) 역시 2020년부터 시작된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전후방 산업기반 마련하고 수요업체(바이오의약품 생산기업)-개발업체 간 컨소시엄을 지원함으로써 대·중소 상생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우처럼 현재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있어서도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장비나 원부자재가 향후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동 사업 추진 필요성 및 예산확보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헬스산업과 관련된 규제합리화 이슈는 오랜 현장의 요구 끝에 최근 몇가지 결실(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첨단의료기기 지원법, 첨단 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 및 지원법 제정 등)로 맺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바이오헬스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에서 식약처의 전문성 강화, 인허가 신속처리, 바이오의약품 등 안전관리체계 강화 등을 주요과제로 실행해 나갈 것을 밝힌 바 있다. R&D 측면에서도 규제합리화를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 영역(규제과학)에 대해 투자를 강화할 계획으로 있다.
'가지 못할, 쉽지 않은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덧 국내의 바이오헬스 분야 혁신생태계가 이처럼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그동안 변화를 계속해왔지만 앞으로 바이오헬스 분야 정부R&D 투자는 이러한 혁신생태계의 적재적소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더욱 진화되어야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필연적으로 가야하는 ‘바이오헬스 글로벌 강국’ 그 길에 보탬이 되고 격려가 되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것을 주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