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본문
한미약품 기술수출 9건중 1건 ‘낙오’..다른 신약 진행상황은?
입력 2016-10-04 08:03 수정 2016-10-23 18:09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올무티닙’의 개발 중단을 통보했다. 한미약품이 올무티닙의 또 다른 글로벌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난해부터 성사시킨 대형 기술 수출 중 첫 낙오 사례가 발생한 셈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올무티닙 개발 중단 결정 이유로는 경쟁 약물 개발 단계 진행 상황과 안전성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측은 올무티닙의 경쟁 약물로 평가받는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의 신속한 시장 진입에 더 무게를 두는 듯한 인상이다.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7월말 타그리소의 주요 임상3상 결과를 발표했다. 올무티닙은 기존에 치료 대안이 없는 약물이라는 이유로 신속한 임상 및 시장 진입이 가능했는데, 공식적으로 기존치료제가 생기게 돼 향후 임상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올무티닙 권리 반환으로 한미약품이 최근 기술 수출한 다른 신약의 개발 진척 상황에 대해 관심을 집중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부터 총 7건의 기술 수출 계약을 통해 9건의 신약 물질을 기술 수출했다. 이중 올무티닙은 베링거인겔하임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 자이랩에도 중국 지역 판권을 넘기는 내용의 수출 계약이 체결돼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한 신약 물질은 총 8개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다른 기술 수출한 신약의 개발상황에 대해 “전체적으로 예상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 과제별로 살펴보면 베링거인겔하임의 올무티닙 수출을 제외한 8건의 기술 수출 계약 중 2건이 후속 임상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3월 미국 제약사 스페트럼에 기술수출한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은 지난 3월 미국 임상2상시험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일라이릴리에 기술 수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은 지난달 글로벌 임상2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지난해 11월 사노피에 기술 수출한 퀀텀프로젝트(당뇨약 3개, 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와 얀센에 기술 수출한 HM12525A(지속형 당뇨치료제)는 현재 후속 임상시험 진입을 준비 중이다.
사노피와 얀센에 기술 수출한 제품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핵심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약물이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로 투여 횟수 및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 기술이다. 약물의 체내 지속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부착하는 단백질 ‘랩스캐리어’를 바이오 의약품에 화학적으로 결합하면 적은 용량으로도 약효를 최대 1개월까지 유지시키는 방식이다.
사노피·얀센에 기술 수출한 신약은 한미약품에 체결한 계약 중 가장 규모(약 6조원)가 크다는 점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다.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 중단한 올무티닙의 계약 규모 7억3000만달러(약 8000억원)의 7배가 넘는 규모다.
두 회사와의 계약으로 받은 계약금만 6000억원(4억유로+1억500만달러)을 상회한다. 사노피·얀센에 넘긴 신약 물질의 성패가 한미약품의 글로벌 신약 성과와 직결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약품 측은 “전 단계 임상시험이 끝난 이후에도 결과 분석과 새로운 임상시험 디자인 설계 등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일라이릴 리가 임상2상시험에 진입한 ‘HM71224'의 경우 기술 수출한지 1년 6개월만에 후속 임상단계에 진입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올무티닙 개발 중단으로 올미티닙의 중국 판권을 가져간 자이랩의 향후 결정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손지웅 부사장은 “아직 다른 통보는 없다. 양사간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한 제품이 모두 상업화 단계에 도달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약 8조5000억원(33억3000만달러+39억유로)에서 약 7조8000억원(2억6000만달러+39억유로)으로 줄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기술 수출에 따른 계약금으로만 8000억원(2억9200만달러+4억유로)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최악의 경우 나머지 신약의 글로벌 개발이 중단되더라도 약 8000억원 이상은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한 신약 대부분은 상업화 이후 매출액의 10% 이상을 로열티로 받기로 해 1~2개 제품만 상업적으로 성공해도 글로벌 제약사 도약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지난 2분기까지 계약금과 마일스톤에 따른 수익 5632억원을 인식했다. 여기에 아직 회계 장부상 반영하지 않은 계약금은 약 2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제넨텍과의 계약으로 확보한 계약금 약 880억원(8000만달러)도 조만간 유입될 전망이다.
후속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하지 않더라도 세부 계약조건에 따라 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금 5000만달러(약 550억원) 이외에도 마일스톤 1300만달러(약 150억원)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