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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의료진이 바라본 '동반진단의 현재와 미래'

입력 2016-12-26 09:13 수정 2016-12-29 05:57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동반진단이 가져올 임상환경의 큰 변화, 앞으로의 진입 장벽”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 만난 자리에서 “바이오마커가 임상적 진단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검증과정에서부터 엄격한 설계가 필요하고 신약 못지않은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한 데이터 축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한암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의 정회원이며 혈액종양내과에서 암환자의 상태를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제시해 주며, 가장 적합한 항암화학요법을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시행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의료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 업적으로는 항암제인 enzastaurin의 위암에서의 작용 가능성을 탐색하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enzastaurin의 새로운 항암 기전을 규명한 연구 등이 있다.

◇ 동반진단과 바이오마커

진단에서 많이 사용되는 바이오마커(Biomarker)란 단백질이나 핵산,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말한다. 병의 발전과 예후에 따라 이 지표의 상태나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치료에 대한 민감도를 알 수 있다. 바이오마커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민감도, 구체성, 응용성, 정확성,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표준화해야 지표로서 자격을 가질 수 있다. 때문에 다양한 실험적 검증을 통해 근거를 획득하고 프로토콜을 확정해야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바이오마커는 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PD-L1이다. PD-L1이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T세포의 표면 단백질 PD-1과 결합하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된다. 면역항암제는 T세포의 PD-1 수용체와 결합해 암세포의 PD-L1과 결합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암세포의 회피기능을 억제한다. 현재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PD-L1을 바이오마커를 적용해 50% 이상 발현하는 환자에게 투약하도록 명시됐다.

이근욱 교수는 하지만 “임상 의료진 사이에서는 한 가지 바이오마커의 수치를 바탕으로 처방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고가의 항암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고 치료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측면이 존재하지만 지표 발현이 충족되지 못하는 환자라고 하더라도 효과를 보이는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미국 FDA가 신약과 체외동반진단 기기의 동시개발을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동반진단에 대한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고 이에 대한 연구개발 열기 또한 뜨거운 게 사실이다.

동반진단은 특정치료제에 대해 안정성과 효율성이 입증된 환자군을 선별하는 공인된 진단기술로 개별 환자의 특정 바이오마커(biomarkers) 보유 여부를 검사한다. 규격화된 프로토콜과 제품을 이용해 검사를 진행하고 정해진 알고리즘을 통해 판독하기 때문에 판독의 주관성을 줄이고 객관성을 높일 수 있어 효용가치가 높을 것으로 개발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 동반진단의 임상 도입이 가져올 변화

현재 우리나라의 식약처에서 인정한 동반진단을 포함하는 면역항암제로 승인된 것은 ‘키트루다’가 유일하다. 많은 제약사들이 신약과 동반진단을 동시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상 도입에 관한 반응을 물었다. 이 교수는 “동반진단의 도입은 앞으로 임상의료 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크고 작은 이슈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에게 사용되는 동반진단 병용 항암제가 5가지라고 가정한다면 2가지 쟁점이 존재한다. 일단 현재 주로 사용되는 것은 조직 검체인데 환자에게서 아주 소량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5가지의 진단을 모두 수행할 만큼 충분한 샘플을 얻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검체 채취와 관련한 문제점을 인식한 진단기기 개발업체들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조직 생검(Tissue biopsy)을 대신해 액체 생검(Liquid biopsy)을 통해 혈액 속에 존재하는 바이오마커를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두번째로는 각 회사 별로 자신들의 동반진단 제품 사용을 권고하는데 그 시약이며 검출 기계 등이 다양해 모든 제품을 구비하는 것에 대한 병원의 부담이 존재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병원은 우선 적용할 1순위 약물을 골라야 한다. 지금처럼 한 병원에서 다양한 약을 사용해 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오랫동안 병원의 병리과에서 모든 검사를 진행해 왔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동반진단이라는 개념이 주목받았고 지금은 시행되기 위한 아주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임상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로 검증하고 정확도를 증명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임상시험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

끝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임상연구진의 일원으로써 이 교수는 2016년 한미약품이 겪은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항암제의 경우 임상시험 대상자는 대부분 4기 암처럼 기대수명이 낮은 환자이기 때문에 사망한 환자 중에서는 임상시험 참여 중에 병의 진행에 의해 사망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순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은 드물다는 설명이다.

이근욱 교수는 “최근 화제가 됐던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중단’과 같은 일도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시험 진행 단계에서는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수정하도록 해야하지만 지나친 기대와 무조건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우리나라에서 신약 개발은 점점 더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임상시험 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언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